[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이 골드만삭스에서 약 27년간 근무한 파트너급 인사를 영입하며 월가 기관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개인과 스포츠 중심으로 성장해온 예측시장을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이 활용하는 새로운 투자·헤지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폴리마켓은 29일(현지시각)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 리사 맨틸(Lisa Mantil)을 기관 성장 총괄(Head of Institutional Growth)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맨틸은 앞으로 자산운용사와 트레이딩 회사, 기업, 은행 등이 예측시장에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상품과 거래 인프라, 유동성 구축을 담당한다.

맨틸은 1998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2018년 파트너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의 ‘ETF 액셀러레이터(ETF Accelerator)’를 구축해 이끌었다. ETF 액셀러레이터는 자산운용사 등이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TF)를 설계하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상품 출시와 포트폴리오 구현, 자본시장 업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향후 폴리마켓에서도 그 역량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존 금융회사가 ETF라는 새로운 투자상품에 진입하는 과정을 지원했던 경험을 살려 예측시장을 기관투자자용 금융상품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맨틸은 “이번 폴리마켓에의 합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자산군이 변곡점에 들어선 시점에서 그 시장의 형태를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기관들이 새로운 상품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도록 도왔던 경험을 폴리마켓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 폴리마켓 최고경영자(CEO)는 맨틸의 기관 고객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그는 “맨틸이 골드만삭스에서 기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며 “기관사업 확대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기관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기관투자자들은 시장가격에 충격을 주지 않고 큰 물량을 거래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끼리 가격과 규모를 사전에 협의하는 ‘블록 트레이드(block trade)’를 활용한다.

경쟁사 칼시(Kalshi)는 올해 4월 예측시장에서 블록 트레이드를 시작했고, 폴리마켓의 해외 플랫폼도 한 달 뒤 이를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폴리마켓이 미국 거래소에서도 블록 트레이드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칼시와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칼시는 칼시·폴리마켓·폴리마켓US를 합친 예측시장 거래량의 약 82%를 차지했다. 9월 중순 주간 기준으로도 일부 집계에서는 칼시의 점유율이 약 83%에 달했다.

기관 확대 앞두고 규제 리스크는 변수

폴리마켓US를 운영하는 QCX LLC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정한 계약시장(DCM)이다. 상품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QCX는 2025년 7월 DCM 지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폴리마켓U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뉴욕주는 스포츠 등을 대상으로 한 예측시장 계약을 주법상 도박으로 보고 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지난 24일 폴리마켓US가 뉴욕에서 무허가 도박 사업을 운영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주는 폴리마켓의 일부 예측시장 계약이 주법상 도박에 해당하며 뉴욕주 게이밍위원회의 허가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에 뉴욕 내 영업 중단과 벌금, 부당이득 환수 등을 요구했다. 이는 현재 제기된 뉴욕주의 법적 주장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경쟁사 칼시를 상대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칼시와 폴리마켓US 모두 연방 차원에서는 CFTC의 지정계약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예측시장에 대한 연방 상품 규제와 주정부의 도박 규제가 충돌하는 구조가 기관 진입의 주요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폴리마켓의 이번 인사는 규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측시장을 단순한 개인 베팅 플랫폼을 넘어 기관투자자의 투자·위험관리 인프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