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와 LG CNS가 공장 로봇의 학습부터 작업 지휘까지 맡는 플랫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조사가 다른 로봇을 기존 생산설비와 연결하고, 하나의 체계에서 협업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는 그룹 제조 현장에서 쌓은 정보기술(IT) 역량을 앞세워 실증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현재 삼성 계열사 현장에서 10여 개 로봇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 결과를 토대로 적용 대상과 계열사를 늘리고, 실제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하는 시범 적용 단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증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대상과 계열사를 늘리고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파일럿으로 점차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지난 9월 ‘리얼 서밋 2026’에서 내년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로봇의 학습부터 운영까지 아우르고, 생산설비와 다양한 로봇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연주를 조율하듯 공장 안 로봇과 설비가 함께 작업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기반은 기존 제조 IT 사업이다. 삼성SDS는 계열사와 외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온 경험을 로봇 운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생산 공정과 설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로봇을 실제 작업에 투입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로봇 전문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월든로보틱스·로보포스 등과 부품을 다루거나 소모품을 교체하는 수작업부터 조선·플랜트 현장의 비정형 작업까지 로봇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현장별로 적합한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제조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LG CNS는 지난 5월 공개한 로봇 전환(RX)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앞세워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로봇 학습과 검증을 지원하는 ‘포지’와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통합 운영하는 ‘바통’으로 구성된다. 포지가 로봇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학습시킨다면, 바통은 투입된 로봇에 작업을 배분하고 이동 동선을 조정한다.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 개념검증(PoC)을 실제 사업 수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전무)은 “물류·제조 현장 PoC를 통해 본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며 “피지컬웍스 플랫폼 역시 PoC를 통해 사업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로봇 데이터 팩토리에는 피지컬웍스를 도입해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그룹 제조 계열사와는 피지컬 AI를 활용한 미래형 자율공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피지컬웍스를 그룹의 로봇 학습·운영 표준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국내 공장에 이어 해외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포스코DX도 제철소와 그룹사 공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대형 크레인과 원료 이송 설비, 선박 원료 하역기 등에 AI를 접목해 지능화하고 있다. 제조사가 다른 로봇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로봇 플랫폼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제조 IT 사업과 접점이 크기 때문이다. 공장의 생산·물류·설비 시스템에 로봇을 연결하면 시스템 구축에 더해 로봇 학습과 관제, 운영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 종류와 수가 늘어날수록 작업을 배분하고 협업을 조율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커진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넥스트MSC는 세계 다중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이 올해 18억달러에서 2035년 9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9.8%다.

삼성SDS가 내년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면서 국내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증에서 확인한 기술을 실제 생산라인에 안착시키고, 다양한 로봇의 협업을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사업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