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기업 노조가 상대방의 노사 협상을 이끌어 가는 ‘교차 교섭’ 제도가 IT 업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 노조가 민감한 협상 정보를 타사에 공유하는 구조에 대해 사측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일 IT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 고용 및 성과급 문제 등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 노조의 최종 교섭권자는 네이버 노조 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의사결정 체계는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노조 활동 경험이 적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이른바 '모래알' 조직으로 치부되던 IT·게임 업계 노조들이 이탈 없이 연대할 수 있도록 이런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IT 업계에 정통한 한 노조 관계자는 "자동차나 중후장대 산업에 비해 노조 역사가 짧은 IT 노조를 하나로 묶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 아래에서는 노조 지회장이 경쟁사의 임금 인상률, 성과급 기준 등 협상의 세부 결과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화섬식품노조 산하 지회들은 타사의 교섭 정보를 자사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차 승인 구조는 네이버와 카카오 양대 IT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화섬식품노조 산하에 있는 주요 게임업체와 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넥슨의 노조 교섭대표는 ASML 지회장이, NC 노조는 한컴 지회장이,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네이버 지회장이 각각 상대방의 노사 합의안을 승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이런 구조 속에서는 사측이 노조와 내밀한 얘기를 나눌 수 없게 되고, 결국 서로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