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첫 미 해군 함정을 수주했다. 이에 한미 간 조선 분야 ‘마스가(MASGA)’ 협력이 방산 분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이에 맞춰 HD현대도 미국 건설·엔지니어링(EPC) 기업 키윗과 새 조선소 건설에 나서는 등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HDUSA)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선박 건조 관리업체 토트서비스로부터 미 해군·해병대 중형상륙함(LSM) 1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2억6900만달러(약 3593억원)다.

LSM은 섬이 많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소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분산 상륙시키기 위한 함정이다. 필리조선소가 건조하고 토트서비스가 사업을 관리한다. 토트서비스는 미 해군으로부터 선박 건조와 관리 등을 위탁받은 업체(VCM)다. 추가 3척의 옵션도 붙었다. 필리조선소에선 내년 4분기부터 건조를 시작해 2030년 인도할 예정이다.

토트서비스는 경쟁 절차를 거쳐 계약 조건과 착공 가능 시점 등을 평가해 HDUSA를 첫 건조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해병대는 LSM 35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토트서비스가 맡은 기본계약 물량은 최대 8척으로, 볼린저조선소와 핀칸티에리 매리넷 마린 등과도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한화는 필리조선소 지배구조도 일부 조정해 60% 지분 소유법인을 한화시스템 자회사에서 방산 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자회사 등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40%는 한화오션이 보유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지난달 7일 미 미사일방어청(MDA)이 사용할 미사일 시험 계측선 건조 계약도 맺었다. 지난 9월에는 현지 당국과 조선소 용지를 약 40% 넓히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안두릴 행사에서 한화의 필리조선소 투자를 언급하며 한국의 1500억달러 조선 분야 투자 약속을 관세 인하의 대가로 설명했다.

수주가 늘고 있지만 적자와 투자 부담은 남아 있다.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순손실 126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설비투자가 늘면 추가 자금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봤다.

HD현대는 기존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와 달리 새로 짓는 쪽을 택했다. 지난달 22일 미국 휴스턴에서 키윗과 합작법인 ‘HD키윗조선’을 세우기로 계약했다. 내년 착공해 2029년 가동이 목표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상선 건조를 추진하고 미국 조선소에 블록·모듈을 공급하는 사업도 검토한다. 현지 숙련인력 부족에 대응해 로봇 용접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와 지분 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현지 수주가 한국 조선소의 일감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 조선소 신설·인수와 현지 인력 양성 등을 조건으로 초기 함정 일부의 해외 건조를 허용하는 국가안보대통령각서에 서명했다. 다만 실제 계약에는 개별 국가안보 판단과 의회 통보 절차가 필요하다. 국내 조선소의 미 함정 건조 여부는 미국의 발주 조건과 해외 건조 허용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