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EF)이 대규모 조직 개편 이후 처음으로 프로토콜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표면적으로는 월간 기술 보고서지만, 그 안에는 재단이 앞으로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 담겨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지난 2월 레이어2 프로젝트들에 대한 회의론을 내비친 이후 이더리움재단이 메인넷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프로토콜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 레이어2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프로토콜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4일 이더리움 재단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총 프로토콜 업데이트(All-Protocol Update)’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재단이 조직을 개편한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로토콜 업데이트 관련 보고서다. 향후 이더리움 재단은 매달 프로토콜 조직의 개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윌 코코란 이더리움 재단 프로토콜 클러스터 조정자(Protocol cluster coordinator)는 “신설된 프로토콜 조직은 ‘프로토콜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는 것을 운영 원칙으로 삼는다”며 “해당 조직은 이더리움 개선 제안(EIP), 개발 네트워크(데브넷), 메인넷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며 레이어1의 핵심 기술 개발을 전담하겠다”고 소개했다. 즉, 이더리움 재단의 ‘작고 집중된 재단’이라는 전략 하에 프로토콜 조직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다른 조직이나 커뮤니티에 이관한다는 의미다.

앞서 재단은 전체 인력의 약 20%인 54명을 감축하고 조직을 △프로토콜(Protocol) △접근성(Accessibility) △사용자(User) △커뮤니티(Community) △기관(Institution) 등 5개 영역으로 재편했다.

이는 메인넷 유지와 핵심 프로토콜 연구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재단은 우선순위를 메인넷 안정성(P0), 글램스터담(Glamsterdam)·헤고타(Hegotá) 업그레이드(P1), 차기 하드포크 연구(P2), 장기 연구(P3)로 구분했다. 장기 연구(P3)에는 빠른 확정성과 프라이버시, 양자내성(Post-Quantum), 영지식증명 기반 이더리움 가상환경(zkEVM) 등이 포함된다.

재단의 단기 목표는 올해 4분기 메인넷에 적용할 글램스터담 업그레이드다. 재단은 데브넷-7이 대규모 혼돈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데브넷-8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동시에 zkEVM, 새로운 상태 트리(State Tree), 양자내성 암호, 프라이버시 기능 등 차세대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재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커지는 보안 위험을 언급하며 프로토콜 조직 역시 AI 기반 내부 보안 감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글램스터담 데브넷에 대한 보안 검토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개발 현황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조직을 축소하면서도 레이어1(L1) 경쟁력 강화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재단의 의지를 보여준다.

Excited the EF Protocol July 2026 update: https://t.co/OaSlV0J4UH

— Will Corcoran (@corcoranwill) July 31, 2026

레이어1 성장에 주력하는 사이…커지는 ‘레이어2 회의론’

이더리움 재단이 레이어1 개발에 주력하는 사이 커뮤니티에서는 레이어2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X에서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레이어2 ‘베이스(Base)’를 두고 레이어2 프로젝트가 이더리움 생태계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베이스가 네트워크 수수료로 받은 이더리움(ETH)을 장기 보유하거나 이더리움 생태계에 재투자하지 않고 이를 매도해 비트코인(BTC) 보유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판론자는 “베이스가 이더리움의 보안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그 가치가 이더리움으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레이어2는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높이는 동시에 메인넷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사용자는 ETH로 가스비를 지불하고, 레이어2는 이더리움 레이어1을 데이터 가용성과 최종 결제 계층으로 활용하면서 네트워크에 가치를 환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이더리움 생태계의 여러 프로젝트가 분산화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호환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이더리움 정렬(Ethereum Alignment)’에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비탈릭 부테린은 “레이어2를 이더리움의 공식적인 샤드(Shards, 샤딩을 통해 나눠진 구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레이어2 프로젝트들이 이더리움 메인넷과의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The classic L2 vs Ethereum alignment drama is back, and this time Base is right in the middle of it.

Layer 2s were sold as a way to scale Ethereum while still supporting it. Users pay fees in ETH. Those fees are supposed to strengthen the main network, create demand for ETH, and… pic.twitter.com/3mLPu5lZT4

— Ethereum Daily (@ETH_Daily) August 3, 2026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더블록리서치(The Block Research)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이더리움 레이어2에 예치된 총자산(TVL)은 약 5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159억3000만 달러 대비 약 68% 감소했으며,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더블록리서치는 옵티미즘(Optimism), 아비트럼(Arbitrum), 지케이싱크(ZKsync) 등 주요 레이어2 출시로 한때 레이어2 TVL이 급증했으나 현재는 그 효과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더리움 재단이 조직을 개편하면서까지 메인넷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를 피력했으나 향후 레이어2가 독자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그 가치를 환원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 리서치 업체 오아크 리서치(OAK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이더리움의 거대한 역설은 기술적 우위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몇 년 동안 이더리움은 롤업(L2) 중심의 로드맵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 전체 트랜잭션의 90%가 L2에서 발생하며 사상 최대의 네트워크 사용량을 기록했으나 이는 유동성의 파편화와 이더리움 메인넷(L1) 수익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