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이 고객에게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도 확보했고, 데이터센터도 준비됐으며, GPU 구매 주문서까지 마련됐다.
문제는 하나다. GPU를 구매하려면 수백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USD.AI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면 거래 구조는 단순하다. 기업이 GPU를 구매하려 하면 USD.AI가 대출을 제공하고, 이후 운영사가 일정 기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
하지만 실제로 GPU는 거래의 일부에 불과하다. 핵심은 훨씬 광범위한 위험을 심사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차입자의 재무 상태 △운영 위험 △GPU 구축을 뒷받침하는 고객 계약 △데이터센터 및 운영 계약 △예상 매출과 현금흐름 △대출 기간 동안 이들 요소를 연결하고 보호하는 법적·구조적 장치 등이 포함된다.
이 글에서는 AI 설비투자(CapEx)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USD.AI의 대출 심사와 구조화, 실행 방식을 살펴본다.
1. USD.AI 대출의 전체 과정
- GPU 운영사인 OpCo(Operating Company)가 GPU 구매를 위해 USD.AI에 금융을 신청한다. 첫 단계는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거래가 USD.AI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승인된 하드웨어 구매 주문서, 필요한 자기자본 출자금, 체결 완료된 코로케이션 계약, 체결된 오프테이크 계약 또는 온디맨드 방식의 매출을 입증할 수 있는 적격 자료 등이 포함된다.
- 새롭게 설립된 Parent HoldCo(상위 지주회사) 아래에 대출 전용 SPV(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한다. 두 법인 모두 100% 자회사다. Parent HoldCo를 두는 이유는 SPV를 운영사로부터 도산절연(bankruptcy-remote)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OpCo가 파산하더라도 USD.AI가 보유한 SPV 지분 담보권 집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한다.
- 금융을 통해 구매한 GPU와 오프테이크 계약, 코로케이션 계약, 매출 계좌 등을 SPV 구조로 이전한다.
- SPV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또는 공식 공급업체에 승인된 장비를 주문한다.
- USD.AI는 GPU와 SPV가 보유한 주요 계약에 대해 최우선 순위 담보권(first-priority claim)을 설정한다.
- USD.AI는 약정된 대출금을 Wilmington Trust의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다.
- OEM이 승인된 서버를 제작해 지정된 데이터센터로 배송한다.
- 서버를 설치한 뒤 독립적인 검증을 거쳐 실제 운영을 시작한다.
- 대출금 지급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에스크로에서 OEM 또는 공식 공급업체로 자금을 지급한다.
- 오프테이커(Offtaker), 즉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는 고객이 계약에 따라 SPV가 관리하는 매출 계좌로 대금을 지급한다.
- SPV는 이 매출을 이용해 USD.AI에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
- 대출 상환 후 남는 매출은 OpCo에 배분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특정 한 주체가 전체 거래를 임의로 통제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차입자는 GPU 구매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담보를 다른 자산으로 바꾸거나 장비를 임의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GPU 운영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것도 제한된다.
이제 각각의 요소가 어떻게 결합돼 하나의 금융 구조를 만드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1. SPV
USD.AI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에 자금을 빌려주는지, 그리고 차입자가 채무불이행에 빠졌을 때 무엇을 회수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GPU 운영사가 단순히 USD.AI로부터 5,000만달러를 일반 무담보 기업대출 형태로 받을 수는 없다.
대출금이 운영사의 다른 자금과 섞이고 GPU 역시 회사의 다른 자산과 함께 구매된다면, 운영사가 파산했을 때 USD.AI는 다른 채권자들과 해당 자산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이 경우 대출기관이 GPU와 GPU 운영에 필요한 관련 계약을 명확하게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에는 일반적으로 여러 채권자가 존재한다. 데이터센터가 밀린 임대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외부 계약업체가 이미 제공한 서비스 대금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회사가 파산하면 이들 모두가 채권자가 된다.
따라서 대출기관인 USD.AI 입장에서는 대출을 뒷받침하는 담보를 다른 사업 영역과 격리해 전체 구조를 도산절연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운영사가 파산하더라도 대출과 GPU 운영, 오프테이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데이터센터 사용권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담보를 운영사의 일반 사업과 분리하면 채무불이행 상황에서도 담보권을 집행하기 쉬워진다.
이러한 담보 격리의 첫 단계가 전용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는 것이다.
USD.AI는 관련 SPV 자산과 SPV 지분에 대해 최우선 순위 담보권을 보유한다. SPV가 거래와 무관한 부채를 추가로 부담하거나, 독립적인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파산을 신청하는 것도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GPU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은 SPV를 통해 흐르며, USD.AI는 이 매출에 대해 대출 상환을 위한 최우선 권리를 갖는다. 차입자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더라도 대출기관은 해당 GPU와 GPU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보다 명확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1-2. 오프테이커
오프테이커(Offtaker)는 금융을 통해 구매한 GPU가 만들어내는 컴퓨팅 자원을 구매하기로 계약한 고객이다.
구축 형태에 따라 오프테이커는 △하이퍼스케일러 △AI 추론 서비스 사업자 △AI 모델 기업 △일반 기업 △전용 컴퓨팅 용량이 필요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 등이 될 수 있다.
오프테이커는 선순위 대출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신용 요소다. 결국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되는 이용료를 실제로 지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USD.AI는 오프테이커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무제표, 주요 투자자 및 후원자, 현금 보유기간(cash runway), 레버리지 수준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검토한다.
이어 오프테이크 계약 자체도 검토한다. 고객이 쉽게 계약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조항, 즉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아웃(out)’ 조항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USD.AI에 따르면 오프테이커의 신용도와 오프테이크 계약의 법적 구속력이 전체 대출 심사 및 승인 과정의 약 70%를 차지한다.
1-3. 데이터센터
USD.AI 금융을 통해 구매한 GPU는 Tier 3 이상 데이터센터에 설치돼야 한다. 높은 수준의 보안과 시스템 이중화, 전력 안정성을 갖춘 데이터센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준은 GPU 클러스터에 보험을 제공하는 재산·손해보험사가 요구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최신 데이터센터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GPU와 서버를 보관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일반적으로 물리적 보안 시스템에는 △생체인증 출입 △맨트랩(mantrap) 방식의 이중 출입 시스템 △상시 감시 △제한 구역 접근 통제 등이 포함된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USD.AI는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스텝인 권리(step-in rights)를 행사할 수 있다. 기존 운영사를 대신해 코로케이션 계약상의 의무를 이어받고 GPU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해당 하드웨어에 대한 별도의 유치권도 포기한다. GPU에 대한 USD.AI의 담보권보다 앞서는 권리가 존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GPU 장비 자체를 확보하는 것만큼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비용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AI 인프라 확장에서 전력이 공급되는 서버 랙 공간은 매우 부족한 자원이다. 데이터센터 내 자리를 잃어 가동이 중단된 GPU는 계속 운영되는 GPU보다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4. OEM
USD.AI가 GPU 구매를 위해 수백만달러를 대출하더라도 실제 운영사인 OpCo가 해당 자금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
대신 자금은 Dell, Lenovo, Supermicro 같은 OEM으로 직접 지급돼 완성된 서버를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USD.AI는 GPU만 금융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서버 랙을 대상으로 금융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메모리, 스토리지, 케이블, 스위치 등 서버 운영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포함된다.
1-5. Wilmington Trust: GPU가 가동될 때까지 자금을 묶어두는 구조
USD.AI는 M&T Bank의 자회사인 Wilmington Trust를 기관급 에스크로 대행기관으로 사용한다.
대규모 GPU 구매 주문의 경우 OEM은 실제 시스템을 제작하고 배송하기 전에 구매 자금이 확실하게 확보돼 있다는 증명을 요구한다.
OEM에 장비를 주문할 때 운영사는 전체 구매 금액의 20~30%를 계약금으로 직접 납부한다.
GPU와 서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USD.AI가 나머지 70~80%를 에스크로에서 OEM으로 지급한다.
USD.AI 구조에서는 정해진 최종 기한(longstop period)인 120~150일 안에 거래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에스크로에 예치돼 있던 자금과 해당 기간 발생한 이자는 프로토콜로 반환된다.
1-6. 독립적인 검증 및 모니터링
USD.AI는 대출이 실행된 이후에도 대출의 전체 생애주기 동안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텔레메트리(telemetry) 장비를 활용한다.
이 장비는 서버의 가동시간(uptime)과 상태(health)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USD.AI는 서버가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지, 정상적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AI 인프라 시장과 함께 성장해갈 USD.AI
결국 USD.AI는 GPU와 오프테이크 계약, 데이터센터, 에스크로, SPV 등 실제 AI 인프라를 하나의 담보 구조로 묶어 온체인 자본이 AI 설비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구조다.
단순히 GPU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비 구매부터 설치·운영, 매출 발생, 대출 상환까지 전 과정을 구조화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실물 AI 인프라에 대한 신용 위험을 관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AI 모델의 규모가 커지고 추론 수요가 확대될수록 GPU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USD.AI와 같은 구조는 자금의 사용처와 담보, 현금흐름을 명확히 분리·관리해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금 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AI 인프라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처럼 실물 인프라와 온체인 자본을 연결하는 금융 구조의 활용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USD.AI가 대출 집행 규모를 얼마나 빠르게 확대해 나갈지, 그리고 실제 AI 인프라 금융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