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이더리움(ETH) 가격이 최근 저점 대비 약 48% 반등했지만 장기 보유자들은 81일 연속 이더리움을 손절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회복에도 과거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 실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코인마켓캡은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해 이더리움 장기 보유자(LTH)의 SOPR(Spent Output Profit Ratio·사용된 출력 이익비율)은 81거래일 연속 1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가격은 1689달러에서 2507달러까지 약 48%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8월19일 이후 장기보유자 SOPR의 일간 최고치는 0.9686에 그치며 한 번도 손익분기점인 1을 넘지 못했다.
SOPR은 블록체인에서 이동한 디지털자산이 이전에 이동했을 당시의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해 투자자들이 이익 또는 손실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온체인 지표다.
SOPR이 1보다 높으면 해당 코인을 평균적으로 매입 가격보다 비싸게 팔았다는 의미이고, 1보다 낮으면 매입 가격보다 낮게 팔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LTH SOPR이 81일 연속 1을 밑돌았다는 것은 장기보유자 가운데 실제로 ETH를 움직이거나 매도한 물량이 평균적으로 계속 손실을 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데이터가 눈에 띄는 이유는 ETH 가격이 같은 기간 48%나 상승했음에도 장기보유자의 SOPR이 손익분기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과거 더 높은 가격에서 ETH를 확보했던 장기보유자들의 물량이 여전히 상당 부분 손실 구간에 놓여 있으며, 일부가 반등을 이용해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체 시장의 SOPR은 0.9930으로, 시장 전체의 ETH가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장기 보유자 SOPR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이더리움 시장에서 나타나는 손실 실현이 단기 투자자보다는 장기간 ETH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81일이라는 기간도 이례적이다. 이더리움 역사상 장기 보유자의 연속 손실 실현 기간이 현재보다 길었던 사례는 2016년 1월(163일)과 2019년 5월(161일) 두 차례뿐이다. 2018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80일을 넘어선 사례는 이번을 제외하면 한 차례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LTH SOPR이 낮다고 해서 바로 추가적인 가격 하락 신호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장기 보유자의 손실 매도는 시장에 매도 압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과거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의 물량이 새로운 투자자에게 이전되는 ‘손바뀜’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LTH SOPR이 1 아래에 머문다면 오래된 손실 물량이 가격 반등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음에도 신규 수요가 이를 받아내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LTH SOPR이 1을 회복하는지 여부다. ETH 가격 상승과 함께 LTH SOPR까지 1을 넘어선다면 장기보유자들의 평균적인 손실 실현 국면이 끝나고 이익 실현 구간으로 전환됐다는 신호가 된다. 반대로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LTH SOPR까지 더 낮아질 경우 장기보유자들의 손실 매도가 확대되는 ‘항복(capitulation)’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크립토퀀트 분석가는 최근 이더리움 시장에서 나타나는 손실 매도를 대형 투자자들의 축적 과정과 연결해 해석했다. 훌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리서치 총괄은 “강한 손이 약한 손의 물량을 흡수하는 것이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축적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1만~10만ETH를 보유한 대형 지갑의 보유량은 지난해 중반 약 1400만ETH에서 최근 사상 최대 수준인 1960만ETH까지 증가했다. 반면 1000~1만ETH 보유 집단의 물량은 올해 1월 1560만ETH에서 8월 초 1290만ETH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