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 하이퍼리퀴드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와 손잡고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하루 40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면서도 미국 규제로 현지 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됐던 하이퍼리퀴드가 제도권내 거래소를 우회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성사될 경우 해외 탈중앙화 플랫폼이 미국 규제 체계 안으로 진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하이퍼리퀴드 랩스는 미국 투자자에게 무기한 선물을 제공하기 위해 페이워드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은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상은 페이워드의 자회사 비트노미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투자자가 비트노미얼을 통해 하이퍼리퀴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가격과 연동된 일부 무기한 선물을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실제 서비스 출시에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무기한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는 레버리지 파생상품이다. 가상자산 거래에서 빠르게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원유와 금 등 전통자산 거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CFTC 규제 장벽, 비트노미얼로 넘는다
하이퍼리퀴드는 중앙화된 운영 주체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퍼미션리스’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하루 거래량은 40억달러를 넘지만 하이퍼리퀴드 랩스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현행 미국 법률상 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직접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반면 비트노미얼은 CFTC에 등록된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청산기관이다. 거래소와 청산소 등 파생상품 관련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페이워드는 지난 4월 비트노미얼 인수를 발표했고 비트노미얼은 한 달 뒤 미국 최초의 CFTC 규제 무기한 선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워드는 이미 CFTC에 하이퍼리퀴드와의 사업 구조를 담은 제안서를 제시했다. 해당 구조가 승인되면 고객 확인과 거래 감시 등 규제 준수 책임을 비트노미얼이 담당하게 된다. 하이퍼리퀴드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실제 투자자와 접점을 가진 거래소는 미국 규제를 따르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美 진출 언급… CME·ICE는 견제
이번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과 탈중앙화금융을 미국 금융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CFTC가 하이퍼리퀴드를 미국에 “완전히 규정을 준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전통 파생상품 거래소에도 새로운 경쟁 요인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란 분쟁 당시 기존 거래소가 문을 닫은 시간에도 원유 연계 상품이 24시간 거래되면서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CME그룹과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장외 시간 거래에 문제를 제기하며 하이퍼리퀴드의 CFTC 등록을 요구해 왔다. 블룸버그의 협상 보도 이후 이들 거래소 운영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닉 카터 캐슬아일랜드벤처스 파트너는 하이퍼리퀴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미국 규제 당국의 대응이었다며 CFTC가 승인하는 구조가 마련될 경우 이러한 규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