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젠슨 황에 접근한 '엘리스 황' 집중 조명
FT, "미 정보당국은 연인 사이로 판단"
미 의회, 젠슨 황에 국회 출석 요구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정보당국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중국의 첩보 활동 가능성을 파악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 기업인이 황 CEO와 ‘로맨틱한 관계’를 맺었다는 내용도 포함 돼 있다.
미국 의회도 관련 의혹과 엔비디아의 정보 보안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황 CEO의 출석을 요구했다.
NYT · FT 잇단 보도…美 의회, 엔비디아 CEO 비공개 출석 요구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황 CEO와 앨리스 황(Alice Huang) 메가스피드(Megaspeed) 임원 사이에 연인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앞선 6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당국이 앨리스 황을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포섭된 인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두 매체 모두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을 근거로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이 젠슨 황 CEO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 국가안전부에 포섭된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 정보기관이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앨리스 황을 최소 1년 동안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정보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F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올해 초 정보당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황 CEO와 앨리스 황의 관계를 다룬 메모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해당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일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됐다.
앨리스 황은 싱가포르 소재 엔비디아 고객사 메가스피드의 임원이다. NYT에 따르면 그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기가바이트 등 주요 AI 반도체 업계 경영진과도 교류했다.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업계 행사에서는 황 CEO와 앨리스 황이 다른 기술기업 경영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촬영됐다. 해당 사진은 넷썬더가 링크드인에 게시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NYT는 2024년 무렵 메가스피드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첨단 AI 반도체 구매에 나섰다고 전했다. 메가스피드는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중국 알리바바에 연산 능력을 임대해 온 것으로 보도됐다. NYT는 이를 중국 기업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우회해 컴퓨팅 자원에 접근하는 경로로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메가스피드가 수출 통제를 위반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으로 밀반입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체 조사에서 위법 행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美 의회 조사 요구…엔비디아 대중국 정책도 주목
미국 하원 공화당 소속 주요 위원회 지도부는 황 CEO에게 이달 중 비공개 설명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하원 중국 관련 위원회와 외교·정보위원회는 중국 첩보 활동 의혹과 황 CEO의 앨리스 황 접촉 경위, 엔비디아의 보안 관리 체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의혹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 AI 반도체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황 CEO는 그동안 미국 정부에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기업 화웨이와 경쟁하려면 미국 반도체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NYT에 따르면 황 CEO는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제한 완화를 설득했다. 이후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판매와 관련한 합의도 이뤄졌다.
FT는 황 CEO가 올해 초 H200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확보해 군사 기술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 역시 AI와 첨단 기술 분야를 주요 정보 수집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매티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방첩 분석가는 NYT에 중국 정보기관이 기술 개발 현황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CEO가 세계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관련 의혹에 선을 그었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고객사와 기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CEO와 앨리스 황의 접촉 역시 통상적인 고객사 임원과의 만남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대사관도 NYT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앨리스 황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과 CIA는 NYT와 FT의 관련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의혹이 실제 정보 유출이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의회의 조사 요구가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의 대중국 사업과 경영진의 정보 보안 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