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양원모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8년간 사용해 온 ‘크립토(Crypto)’ 브랜드를 내려놓는다.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 전반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면서다.

a16z는 22일(현지시각) 기존 투자 조직 ‘a16z 크립토(a16z Crypto)’를 ‘a16z 프런티어(a16z Frontier)’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새 조직은 디지털자산을 넘어 AI와 자율형 기계 및 차세대 컴퓨팅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a16z는 “이번 개편이 디지털자산 투자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존 블록체인 투자와 관련 규제 개선 활동을 유지하면서 투자 범위를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98억달러 조성한 조직의 변신…투자 무게중심 이동

a16z는 코인베이스와 유니스왑 등 주요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해 왔으며, 2018년 첫 디지털자산 전용 펀드를 출범시킨 이후 업계 최대 투자자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5개 펀드를 통해 조성한 자금은 누적 약 98억달러(약 12조984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펀드 모집 규모에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2022년 45억달러(약 5조9621억원)에 달했던 펀드 규모는 올해 5월 출범한 다섯 번째 펀드에서 22억달러(약 2조9148억원)로 약 51% 감소했다. 특히 5호 펀드 출범 당시 디지털자산 중심 전략을 강조했던 a16z가 불과 5개월 만에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브랜드 개편은 이러한 투자 전략의 변화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a16z가 주목하는 분야는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시장이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자율형 기계와 지능형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핵심 인프라라는 판단이다. AI 에이전트 간 결제와 자산 이전을 지원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금융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 딕슨 a16z 프런티어 매니징 파트너는 “이제 그 명칭(크립토)은 덜 중요해졌다”며 “기업을 어떤 기술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정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