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이 7만2000달러를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1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지갑에서 대규모 비트코인이 이동했다. 특히 2014년 생성된 지갑에서 1214BTC 이상이 새 주소로 옮겨졌다. 현재까지 거래소로 향한 뚜렷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아 이를 매도 움직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블록체인 분석 서비스 BTC파서가 지난 24시간 동안 휴면 지갑 28개에서 총 1314.41BTC, 약 9403만달러 규모의 온체인 이동을 포착했다. 이 가운데 92.4%에 해당하는 1214.42BTC, 약 8600만달러가 2014년 처음 생성된 지갑에서 나왔다.
2014년 지갑이 92.4%…50BTC씩 21차례 이동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주간 고점인 7만2400달러까지 상승하는 동안 장기간 움직이지 않았던 비트코인이 잇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BTC파서 데이터에서는 19일부터 20일까지 수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지갑 28개가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동량은 1314.41BTC다. 특히 2014년 생성된 지갑이 움직임을 주도했다. 전체 이동량 가운데 92.4%가 이들 지갑에서 나왔다.
거래 패턴도 눈에 띈다. 28건 가운데 21건은 2014년 11월 또는 12월 생성된 지갑에서 각각 정확히 50BTC씩 이동했다.
비트코인닷컴은 이들 움직임이 한 명 또는 소수 보유자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여러 거래가 동일한 블록에서 처리됐기 때문이다. 블록 높이 963203에서도 복수의 전송이 함께 확인돼 무작위적인 개별 이동보다 서로 조율된 움직임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비트코인은 레거시 P2PKH(Pay-to-Public-Key-Hash) 주소에서 더 새로운 P2WPKH(Pay-to-Witness-Public-Key-Hash) 주소로 이동했다.
2014년 12월26일 처음 확인된 또 다른 지갑에서도 150BTC가 이동했다. 현재 가격 기준 약 1073만달러 규모다. 이 물량 역시 기존 P2PKH 주소에서 새 P2WPKH 주소로 옮겨졌다.
비트코인닷컴은 2014년 지갑 가운데 한두 명의 소유자로 추정되는 주소에서 총 1214.42BTC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다른 오래된 지갑도 움직였다. 2016년 생성된 지갑 3개에서는 79.99BTC가 이동했고 2017년 생성된 주소 2개에서는 20BTC가 이동했다.
“거래소 연결 흔적 없어”…매도로 단정 못해
대규모 휴면 비트코인의 이동은 시장에서 매도 가능성에 대한 경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온체인 거래만으로 매도라고 판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새로 비트코인을 받은 주소들은 아캄인텔리전스 등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별도의 엔티티 표시가 붙지 않았다. 현재까지 거래소로 이동했다는 뚜렷한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매체는 비트코인을 더 안전한 주소로 옮겼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블록체인에서는 자산 이동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소유자의 이동 목적까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번 움직임은 1214BTC의 ‘매도’나 ‘매수’가 아니라 오래된 지갑에서 새 주소로 이뤄진 온체인 전송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블록체어의 프라이버시 분석 도구는 50BTC씩 이동한 거래 21건 가운데 일부에 100점 만점 중 22점으로 ‘낮음’ 등급을 부여했다. 입력 주소에서 동일 주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등 약 4개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거래 구조 역시 여러 50BTC 전송이 서로 무관한 움직임이라기보다 동일하거나 연관된 보유자의 자산 정리 과정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제시됐다.
2014년 매입 가격 대비 최소 1만6645% 상승
이번에 움직인 2014년 비트코인은 11년 이상 장기간 보유된 물량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14년 11~12월 약 310~427달러에서 거래됐다. 이후 초기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2015년 1월 중순에는 약 152~170달러까지 하락했다.
매체는 2014년 가격 범위의 상단인 427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이번에 움직인 지갑의 비트코인 가치가 20일까지 최소 1만664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지갑 소유자가 실제로 2014년 당시 시장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온체인 데이터로 확인되는 것은 지갑이 처음 활동한 시점과 이후 비트코인의 이동 기록이다.
이번 움직임은 8월 들어 오래된 비트코인 지갑의 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타났다.
비트코인닷컴은 이달 초 결함이 있는 펌웨어를 사용한 하드웨어 지갑에서 약 2000BTC가 도난당한 콜드카드 사건 이후 휴면 비트코인 이동이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움직인 비트코인은 해당 도난 자금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설명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장기 휴면 지갑의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현재 확인되는 사실은 오래된 비트코인이 새 주소로 이전됐다는 데까지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2014년 물량은 현재까지 거래소와 연결되지 않았다. 향후 이 비트코인이 거래소 주소로 다시 이동하는지, 새로운 주소에서 장기간 머무는지가 보유자의 의도를 판단할 추가 단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