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국제유가가 6주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 차질과 재고 감소가 겹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운송·제조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가 9일(현지시각) 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6주 만에 처음이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초 이후 약 25% 상승했다. 다만 지난 4월 기록한 배럴당 126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호르무즈 차질에 공급 불안 확대

이번 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서 유가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석유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급 차질이 걸프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원유가 중단 없이 흐르지 않는다면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원유 운송정보업체 보텍사 추산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하루 약 1000만배럴의 원유 수출이 여전히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다.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10%에 해당한다. 미국과 캐나다, 가이아나 등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430만배럴, 약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축유 감소…인플레 우려도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현재 2억8970만배럴로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는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가 높은 연료 가격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비축유를 방출해온 결과라고 전했다.

IEA도 지난 3월 회원국의 비상 원유 비축분 4억배럴 방출을 발표했으며 약 4분의 3이 이미 시장에 공급됐다. 전체 글로벌 원유 재고는 비교적 충분하지만 상당량이 운송 중이거나 구매자가 정해져 있어 실제 공급 여력에는 제약이 있다.

로이터는 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운송과 제조비용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프리 커리 아박스마켓 공동회장은 “시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회성으로 보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는 구조적이며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에 반영된 안보 프리미엄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