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난 20년간 저금리에 길들여져
현재 금리 긴축적이지 않아…정상화 과정
막대한 재정 적자, 위기에 취약한 구조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20년 가까이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후유증에 직면해 있다고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가계와 기업, 정부가 모두 ‘싼 돈’에 적응해온 만큼 과거에는 정상적이었던 금리 수준도 지금은 훨씬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정부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까지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금리는 정상화…경제는 저금리에 길들여졌다”
NYT는 미국 경제가 약 20년간 이어진 초저금리에 적응한 상황에서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이번 주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 재무부가 19일 시장에 개입했지만 금리 상승을 억제한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금리 상승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악화된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을 둘러싼 불확실성, AI 기업의 공격적인 자금조달, 미국 경제의 성장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40조달러를 넘어선 연방정부 부채를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NYT가 주목한 핵심은 현재 금리 수준 자체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높은 금리가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이라기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0년간 지속된 초저금리가 오히려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더글러스 엘멘도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수십 년의 금리는 역사적 기준에서 이례적으로 낮았다”며 “이제 그 하락분을 되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리가 “20년 전에는 실제로 상당히 낮다고 여겨졌던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 구조가 2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가계와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환경에 적응했고 세계 금융시스템도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재편됐다. 특히 미국 정부 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당시와 비교해 3배로 늘었다.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우리는 어느 정도 저금리에 길들여졌다”며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낮은 금리를 전제로 크게 재편됐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정상적인 금리 수준이라도 지금의 경제에는 과거보다 훨씬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체제에 맞춘 재정, 위기에 취약”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는 미국 정부의 재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연준도 국채를 적극 매입해 장기금리를 낮췄다. 미국 정부는 저렴한 자금조달 환경을 이용해 경기 회복 이후에도 대규모 재정적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가계와 기업 지원을 위해 수조달러를 추가로 빌렸다.
위기가 끝난 뒤에도 재정적자는 줄지 않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감세·지출 법안이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를 4조달러 이상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하노 러스틱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의 재정 경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최근 국채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투자자들은 미 국채가 제공하는 안전성과 유동성 때문에 낮은 수익률도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이러한 프리미엄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러스틱 교수는 “이제 적어도 현재로서는 사라진 저금리 체제를 전제로 만들어진 재정 상태만 남았다”고 말했다. 낮은 금리에서는 지속 가능해 보였던 재정적자가 금리가 높아지자 훨씬 위험한 구조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CBO는 미국 연방정부가 올해 이자 지급에 1조달러 이상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를 제외한 어떤 단일 프로그램보다 많은 규모다.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되더라도 이자 비용은 향후 10년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이자 비용 증가로 재정 전망이 악화하고 투자자가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 다시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재정 악화와 금리 상승이 서로를 강화하는 ‘재정 위기’의 악순환이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위기가 당장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았다. 엘멘도프 교수는 재정 위기의 시점을 단순한 부채 숫자로 예측할 수 없다며 핵심은 정부가 재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AI 호황도 금리 끌어올린다…“저금리 복귀 어려워”
AI 투자 열풍도 예상 밖의 변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부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도 AI 호황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NYT는 AI가 금리 측면에서는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부채를 발행하면서 미국 정부와 한정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빨라지는 것 자체도 통상 금리 상승 요인이다.
이는 연준의 정책 판단도 복잡하게 만든다. 연준 위원들이 추정하는 중립금리는 현재 3%를 조금 웃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5%보다 높아졌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3.5~3.75%다. 경제가 견조하고 물가가 목표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 정도 금리가 실제로 경제를 억제하고 있는지가 통화정책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로버트 소킨 PGIM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보면 현재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앞으로 세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올린 뒤 경제 상황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킨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물가상승률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연준 목표인 2%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저 할람 뱅가드 글로벌 금리 부문 책임자도 물가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현재 통화정책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내릴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려면 경제지표가 그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 경제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한 국채금리 상승이 아니다. 약 20년 동안 가계와 기업, 금융시장, 정부 재정이 초저금리를 전제로 변화했다. 이제 금리가 역사적인 정상 범위로 돌아가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과거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 NYT가 제기한 핵심 위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