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소비 열풍을 타고 ‘수출주’로 각광받던 K소비재 주가가 지난달 역풍을 맞았다. 급격한 원화 강세로 인해 ‘달러 표시 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외국인 소비가 둔화될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쳐 관련주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수급마저 이동할 태세다. 전문가들은 K소비재 내에서도 견조한 수출을 나타내고 있는 K뷰티주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리쥬란’ 제조사인 파마리서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26.09% 내린 3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뷰티 디바이스 강자 에이피알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5.38% 하락했다. 아울러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28.52%)를 비롯해 주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22.10%) 한국콜마(-11.87%) 등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화장품 밸류체인 전반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소폭 회복세를 보이던 백화점·면세·호텔 섹터도 원화가치 절상에 따른 방한 외국인의 구매력 저하 불안감에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다. 이에 최근 한 달간 신세계(-18.72%) 호텔신라(-10.77%) 현대백화점(-8.38%) 등 주요 인바운드 소비 수혜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종목은 중국의 한일령과 원화 약세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등하면서 올 초 가파른 랠리를 펼쳤으나 하반기 들어 원화가 강세를 띠자 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K푸드 관련주도 무더기로 조정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원화 강세로 단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탓에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8.83% 급락했다. 해외 매출 성장세에 연초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던 오리온은 같은 기간 18.81% 내렸다. 원화 강세 우려에 더해 8월 중국 소비 둔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미·이란 전쟁에 따른 원가 부담 지속 등이 맞물리며 이익 성장세가 제한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K뷰티 수출 확대 기조가 여전히 견조한 만큼 화장품 업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 정보포털에 따르면 9월 화장품 수출 규모는 12억1300만달러(약 1조6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박신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리콘투는 미국에서 울타·세포라·타깃 등 주요 리테일러와 협업을 확대하는 등 주요 지역에서 성장동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메카코리아는 단기적으로 미국 법인 잉글우드랩의 대량 수주 부재로 실적 기대치가 제한될 수 있으나 최근 주요 고객사의 용기 수급 차질로 물량이 이연되면서 오히려 4분기 매출 눈높이가 상향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조정했다.

백화점은 외국인 소비가 더뎌진 동시에 여름휴가 시즌과 추석연휴 해외여행 증가로 유동인구가 감소하며 3분기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면세 역시 방한 외국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다이궁 비수기 여파와 단기 원화 급등에 따른 원가율 악화로 3분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단기 악재에도 유통·인바운드 업종에 대해서는 저점 매수 관점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부정적 요인들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원화가 추가적인 강세로 가지 않는다면 주가 반등 가능성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호텔신라 주가는 잠깐 쉬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식시장이 횡보 구간에 진입하면서 유통 섹터 수급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면세 업황 또한 비우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