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양자컴퓨터 시대 대비 보안 전환 촉구
"지금 탈취된 데이터, 미래에 해독될 수 있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도 양자 공격 대응 나서
[블록미디어 이혜연 기자] 주요 7개국(G7)이 양자컴퓨터의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지금부터 보안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자컴퓨터에 대응할 수 있는 암호체계로 전환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민감한 정보가 이미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다.
G7 사이버보안 실무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양자컴퓨팅을 국가 핵심 인프라뿐 아니라 공공·민간 조직 전반의 안보 및 경제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G7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으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공개키 암호체계를 해독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탈취된 데이터도 미래에는 해독될 수 있어”
G7은 정부와 기업이 기존 암호체계를 대체할 양자내성암호(PQC·Post-Quantum Cryptography)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PQC는 기존 컴퓨터뿐 아니라 미래의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암호기술이다.
특히 현재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된 정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커가 지금 데이터를 탈취해 보관해뒀다가 향후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이를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경우 디지털 서명을 위조하거나 사용자를 사칭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업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G7은 “PQC로의 전환은 개별 조직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공공과 민간 부문이 조기에 참여하고 공동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등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도 예외 아냐…비트코인·이더리움 대응 나서
G7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양자컴퓨터의 위협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직결된다.
블록체인 지갑을 보호하고 거래에 서명하는 데에도 공개키 암호기술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로는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해킹할 수 없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향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양자내성 기술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BTC)에서는 BIP-360을 비롯한 양자내성 관련 제안이 검토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서명 방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다만,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구조는 기술 전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규모 보안 업데이트를 진행하려면 개발자와 채굴자, 기업, 이용자 등 생태계 전반의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취약한 주소에 보관된 비트코인을 네트워크 중단 없이 안전한 주소로 옮기는 방법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더리움(ETH) 역시 양자컴퓨터에 대비해 계정과 검증자, 애플리케이션 등에 사용되는 암호기술을 교체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내성 시스템에서 요구되는 더 큰 키를 지원하기 위해 이더리움의 예치 컨트랙트를 재설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솔라나(SOL)는 상대적으로 전환이 수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솔라나는 EdDSA 서명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양자내성 기술로 이전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솔라나 재단은 이미 테스트넷에서 양자내성 서명 기술을 시험했으며,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해시 기반 금고 기능도 선택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G7 “정부·기업, 지금부터 양자내성 보안 준비해야”
G7 사이버보안 실무그룹은 각국 정부에 양자보안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가 차원의 PQC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 조달 과정에서도 양자보안 요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는 핵심 시스템을 사전에 파악하고 정기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양자내성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예정된 교체 주기에 맞춰 전환하면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