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의 침체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카르다노(ADA), 폴카닷(DOT), 헤데라(HBAR) 관련 ETF 계획을 철회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디지털자산 펀드를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알트코인 ETF는 운용 비용을 감당할 만큼 자금을 끌어모으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트코인 급락…ETF 계획도 철회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각) 그레이스케일이 최근 카르다노(ADA), 폴카닷(DOT), 헤데라(HBAR)와 연계된 ETF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자산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으로 소형 토큰 ETF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28% 하락했다. 소형 디지털자산을 추종하는 지수는 40% 넘게 떨어졌다. 도지코인(DOGE), 솔라나(SOL), 카르다노 등 주요 알트코인도 가치가 절반가량 줄었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다수의 코인이 상장 폐지됐고 거래 활동도 감소했다.
록산나 이슬람 베타파이(VettaFi) 섹터·산업 리서치 책임자는 “소형 토큰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있더라도 ETF 출시와 유지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수요가 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약세와 디지털자산 ETF 운용자산 감소가 이어지면서 소형 토큰 ETF의 경제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ETF 시장의 후퇴는 알트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은 최근 디지털자산 관련 펀드 2개의 청산을 발표했다. REX 어드바이저스도 비트코인을 축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BMAX를 비롯한 여러 ETF를 정리했다. 디렉시온 역시 코인 투자 펀드 2개(LMBO, REKT)를 폐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기업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도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 펀드 계획을 철회했다. 블룸버그는 규제 당국 제출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전했다.
비트코인 ETF서 47억달러 이탈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트코인 ETF에서는 약 47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더리움 ETF에서도 약 1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다른 투자처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스포츠 베팅과 예측시장, 인공지능(AI) 관련 거래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약 1조달러의 가치가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당시 디지털자산 가격 상승과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배경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넘어 다양한 디지털자산 ETF 신청이 이어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도지코인부터 엑스알피(XRP)까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증권 계좌를 통한 접근성이 새로운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ETF의 출시·유지 비용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분한 운용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은 경제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투자자금이 대형 디지털자산과 주요 운용사에 집중되면서 소형 알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상품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타윌 프로체인 캐피털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일부 소형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ETF 운용사를 선택할 때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높은 업체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