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는 유가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였다면, 지금은 유가만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미국 에너지 기업의 수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트폴리오의 최소 10% 이상 편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30일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2026 서울머니쇼플러스(+)’에서 거시경제 분야 인기 강사인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이 이례적으로 특정 자산을 지목하며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까지 짚은 그의 결론은 에너지 ETF였다.
오 단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중력과 같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컸던 1년 전에는 주식과 금, 가상자산, 달러 등 대부분의 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고, 금값도 최고점에서 20~30% 떨어졌다. 국내외 증시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오 단장은 최근 주가 급락을 과거 경제위기와 동일 선상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가 250선까지 폭락하고 달러당 원화값이 2000원에 달했던 상황과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올해 수출은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명목 성장률도 5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주가 급락은 경제위기라기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불안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증시 주도주는 언제까지 기술주일까. 오 단장은 “결국 주식시장의 1등주는 돌고 도는 것 아니냐”며 참관객들에게 되물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엑손모빌이었다”며 “2000년 이후 장기 흐름을 보면 에너지 ETF와 기술주 ETF가 번갈아 시장 주도권을 잡아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시대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이 언제든 에너지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산업의 성장이 에너지 수요 확대를 동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 단장은 “AI 로봇팔 하나가 움직이려 해도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자산 포트폴리오가 기술주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면 정반대 자산인 에너지 ETF를 배치하는 ‘바벨 전략’을 고려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부채 리스크보다 성장 잠재력에 무게를 뒀다. 오 단장은 “미국 국가부채가 17년간 4배 증가해 40조달러를 돌파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2배, 20배 급등했다”며 “AI발 생산성 혁명이 미국의 ‘부채 폭탄’을 잠재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를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에 등장하는 폭탄을 실은 버스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이 미국의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부채 부담을 상쇄했듯, AI 혁명이 지금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AI는 미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핵심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ETF 투자법’을 주제로 강의한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도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을 전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서밋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글로벌 금융계 거물들조차 한국 증시 급락의 배경을 물었다는 것이다. 최 부사장은 “개별 기업도 아닌 국가 대표 지수가 40%나 하락한 상황에 대해 우리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반전의 근거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었다. 특히 ‘K방산’을 유망 투자 분야로 꼽고 ETF를 통한 분산 투자를 권했다.
최 부사장은 “유럽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안보 역량이 취약하고, 중동에서도 전쟁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가 무장에 나서고 있다”며 “약속한 납기에 맞춰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며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 원칙은 단순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같은 강의에서 저점 매수에 집착하기보다 적립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빚을 내 투자하지 말고, 타이밍을 재기보다 적립식 투자에 나서는 것 자체가 훌륭한 투자 전략”이라며 “저점을 찾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꾸준히 매수한다는 자세로 투자하면 급락장 이후 반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