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지원하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WLFI)이 몰디브의 트럼프 브랜드 리조트와 연계한 토큰 판매 계획을 연기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과 인근 지역의 여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리조트 개발 금융을 블록체인에 올리려던 실물연계자산(RWA)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업은 리조트 개발 대출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구현하는 구조다. WLFI는 부동산을 넘어 석유와 가스 등 원자재까지 토큰화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인데스크가 블룸버그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WLFI는 몰디브에 개발되는 트럼프 브랜드 리조트와 연계한 토큰의 판매 계획을 연기했다. 당초 해당 토큰은 내년 판매될 예정이었다.

블룸버그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역내 여행에 차질을 일으킨 것이 일정 연기의 배경이다. 새로운 토큰 상장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업의 핵심은 리조트 자체를 단순히 디지털자산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리조트 개발에 필요한 대출과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구현하는 구조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투자자는 당초 이 토큰을 통해 트럼프 브랜드 리조트 개발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WLFI는 이를 위해 지난 2월 RWA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손잡았다. 시큐리타이즈는 리조트 개발과 연계된 대출 지분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해 온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었다.

전통 금융에서 특정 부동산 개발 대출에 연결됐던 경제적 권리를 블록체인으로 옮겨 거래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시도인 셈이다.

이번 일정 연기로 토큰화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다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해당 토큰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 불분명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WLFI 대변인은 관련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코인데스크도 추가 입장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회사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부동산 넘어 석유·가스까지 RWA 확장 모색

몰디브 리조트 사업은 WLFI가 추진하는 광범위한 토큰화 전략의 일부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WLFI는 부동산뿐 아니라 석유와 가스 같은 원자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구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RWA 토큰화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자산이나 금융 권리를 블록체인상의 토큰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WLFI의 몰디브 사업은 리조트 건물의 소유권 자체보다 개발 대출과 관련된 금융 권리를 온체인으로 옮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 금융과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을 연결하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금융시장에 묶여 있던 자산이나 수익권을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이번 사례는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더라도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토큰이라도 수익의 기반이 되는 리조트 개발과 관광 수요는 전쟁이나 여행 제한 같은 현실 세계의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일정 변경의 직접적인 배경도 블록체인 기술이나 디지털자산 시장 상황이 아니라 이란 전쟁에 따른 역내 여행 차질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WLFI 가격 상승분 반납…고점 대비 88.5%↓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WLFI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 2.7%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이전 가격 수준으로 돌아왔다.

WLFI 가격은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현재 88.5% 하락한 상태다.

이번 몰디브 사업의 일정 연기는 WLFI가 추진하는 RWA 전략에서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변수가 현실화한 사례다. 토큰화 기술은 부동산 개발 금융의 권리를 온체인으로 옮길 수 있지만, 토큰의 기초가 되는 실물사업은 여전히 전쟁과 관광 수요, 개발 일정 같은 오프체인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