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30조달러가 넘는 잠재 매출 기회를 제시할 전망이다. AI 모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전체를 시장으로 계산한 결과다. 최근 스페이스X가 IPO 과정에서 제시해 월가를 놀라게 한 28조5000억달러보다도 크다. 앤트로픽은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하고 약 2조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투자자들에게 30조달러를 웃도는 잠재 매출 기회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의 계획은 아직 논의 중이어서 수치가 변경될 수 있다. 회사는 앞으로 수주 안에 IPO 재무공시 서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르면 9월 또는 10월 초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30조달러 시장…스페이스X 28.5조달러도 넘어

앤트로픽이 제시하려는 숫자는 ‘총잠재시장규모(Total Addressable Market·TAM)’다.

WSJ에 따르면 기술 스타트업이나 고성장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향후 성장 여력이 얼마나 큰지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TAM을 제시한다.

TAM은 특정 기업이 이론적으로 시장점유율 100%를 확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매출 규모를 추산하는 개념이다. 산업 데이터부터 투자은행의 모델까지 다양한 자료가 계산에 활용된다. 앤트로픽은 이 시장을 30조달러 이상으로 추산할 전망이다.

계산 방식도 공격적이다.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AI 모델을 이용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전체 범위를 바탕으로 TAM을 산출하고 있다.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넘어 인간이 수행해온 광범위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정을 시장 규모에 반영하는 셈이다.

문제는 AI가 얼마나 빠르게, 어느 범위까지 기존 산업을 바꿀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WSJ는 TAM 자체가 원래 어느 정도 추정에 의존하는 지표이며 AI의 급속한 확산이 전체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계산할 때는 불확실성이 특히 커진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도 앞서 비슷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IPO 관련 서류에서 자사의 TAM을 28조5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스페이스X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행 가능한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전체 28조5000억달러 가운데 26조5000억달러를 AI 관련 기회로 계산했다.

앤트로픽이 30조달러 이상의 TAM을 공식적으로 제시한다면 최근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던 스페이스X의 수치마저 넘어서는 것이다.

우버 6조달러·위워크 3조달러…TAM도 인플레이션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이 제시한 시장 규모는 과거 대형 IPO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WSJ에 따르면 우버는 2019년 상장 당시 전 세계 개인용 자동차와 대중교통 서비스의 이동거리 가치를 바탕으로 시장 기회를 약 6조달러로 추산했다.

결국 IPO를 철회했던 위워크는 당시 잠재시장 규모를 3조달러로 제시했다.

스페이스X의 28조5000억달러는 이 같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였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TAM 추정치가 현실적인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다.

‘밸류에이션 학장’으로 불리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재무학 교수도 스페이스X가 제시한 AI 시장 규모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모다란 교수는 지난 6월 스페이스X 상장에 앞서 WSJ에 회사가 AI에서 제시한 TAM이 “그럴듯하다고 볼 수 있는 범위의 끝에 도달했고 그 너머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잠재적인 매출 기회로 바라보는 만큼 향후 IPO 과정에서는 30조달러라는 숫자의 현실성과 산출 근거가 주요 논쟁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분기 매출 116억달러…1년 기술기업 매출의 12배 시장 제시

앤트로픽의 실제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2분기 매출은 116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회사가 제시하려는 30조달러 이상의 잠재시장과 현재 매출 사이에는 여전히 막대한 차이가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1500에 포함된 기술기업 191곳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을 모두 합쳐도 2조4000억달러다.

앤트로픽이 제시하려는 30조달러는 이들 191개 기술기업의 연간 매출을 합친 것보다 12배 이상 크다.

앤트로픽의 TAM은 현재 AI 기업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매출을 추산한 숫자가 아니라 AI가 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업무 전체를 잠재시장으로 환산한 수치라는 점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30조달러라는 숫자가 앤트로픽의 향후 실제 매출 전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점유율 100%라는 이론적 조건을 전제로 한 TAM이기 때문이다.

1000억달러 조달·기업가치 2조달러 검토

앤트로픽은 잠재시장 규모뿐 아니라 IPO 자체에서도 스페이스X를 넘어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SJ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IPO를 통해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IPO에서 조달한 860억달러보다 140억달러 많은 규모다.

WSJ가 앞서 보도한 스페이스X의 IPO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였다. 앤트로픽이 계획대로 상장한다면 기업가치에서도 스페이스X를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스페이스X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이 거대한 TAM을 그대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가는 IPO 직후 급등했지만 이후 부진했다. 8월 초 장중 105달러 아래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공모가인 135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앤트로픽 역시 30조달러 이상의 TAM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어느 정도까지 기업가치에 반영할지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이르면 9월 상장…‘AI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가격표

앤트로픽의 IPO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회사는 앞으로 수주 안에 IPO 관련 재무공시 서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9월이나 10월 초 상장이 가능하다.

조달 목표액 1000억달러와 약 2조달러의 목표 기업가치, 30조달러가 넘는 TAM 역시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의 접근법은 AI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이 어디까지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회사는 현재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만 계산하는 대신 AI 모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전체를 잠재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페이스X가 28조5000억달러의 시장을 제시하면서 TAM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면 앤트로픽은 그 기준선을 다시 30조달러 위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할 것은 숫자의 크기 자체가 아니다. AI가 실제로 인간의 경제활동 가운데 어느 정도를 소프트웨어가 창출하는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앤트로픽이 얼마만큼을 차지할 수 있는지가 2조달러 기업가치를 둘러싼 핵심 질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