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금융시장에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금값이 1% 넘게 상승했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에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채권 매수세를 자극했다. 달러는 소폭 반등했지만 최근 3개월 저점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달러·원 환율은 1382원대로 하락했다. 금은 달러 약세 기조와 금리 하락에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3개월여 만의 고점권을 유지했다.
시장 흐름의 중심에는 미국의 재정정책이 자리했다. 약 1조달러 규모의 TGA가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장기물 국채의 수급 개선 기대가 커졌다. 여기에 캐나다와의 무역갈등과 이란을 둘러싼 제재 확대가 겹치면서 채권과 외환 원자재 시장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10년물 4.696%로 하락…1조달러 TGA 활용 가능성 주목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96%로 전일보다 0.040%포인트 하락했다.
30년물 금리는 4bp 이상 떨어진 5.234% 부근에서 거래됐다. 30년물 금리가 지난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던 만큼 이날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되돌림이 나타났다.
채권 매수세를 촉발한 것은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가능성이었다. CNBC에 따르면 재무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약 1조달러 규모의 TGA를 활용해 국채 매입 확대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투입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재무부가 장기물 수급 부담을 직접 낮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앞서 장기 국채 시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부채 바이백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발표 직후 금리가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TGA 활용 가능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장기채에 매수세가 다시 유입됐다.
반면 단기물 금리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2년물 금리는 4.238%로 소폭 상승한 반면 10년물과 30년물은 하락했다. 재무부의 정책이 장기물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만기별 금리 움직임을 차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처드 라일 퀘스타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재무부의 채권시장 개입이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 중요성을 더욱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달러가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AI 투자가 갈수록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현재 금리가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라고 진단했다.
달러지수 98.677로 0.17%↑…반등에도 3개월 저점권
달러는 이날 소폭 반등했다. 달러지수(DXY)는 98.677로 전일 대비 0.170포인트(0.17%) 상승했다. 장중 98.5선 부근에서 출발한 달러지수는 98.7선을 넘어선 뒤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하지만 하루 상승만으로 최근의 약세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달러는 최근 4주 가운데 3주 동안 주간 기준 하락했으며 여전히 약 3개월 만의 저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방침이 최근 달러 약세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장기물 수급 개선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달러 자산의 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라는 전통적인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모습도 관찰됐다.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달러가 함께 상승하지 않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통상 갈등도 달러 방향성의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와 트럭 자동차 부품 철강 등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1일부터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캐나다가 같은 규모의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은 이란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기관과 국가를 겨냥한 2차 제재도 확대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주 주요 금융기관 가운데 한 곳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중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재정과 무역 지정학적 변수가 동시에 얽히면서 달러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형성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다.
달러·원1382.49원으로 3.49원↓…달러 반등에도 원화 강세
달러·원 환율은 달러지수의 소폭 상승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달러·원 환율은 1382.49원으로 전일보다 3.49원(0.25%) 하락했다.
장중 변동성은 컸다. 환율은 전일 종가인 1385.98원 아래에서 움직인 뒤 한때 1377원대까지 빠르게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해 1380원대로 올라섰으며 오후에는 1382원 부근에서 움직였다.
달러지수가 반등했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다는 점은 이날 달러 강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최근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진 점이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를 뒷받침했다.
최근 흐름을 넓혀 보면 원화 강세는 더욱 뚜렷하다. 트레이딩뷰 기준 달러·원 환율은 최근 5일간 2.12% 하락했으며 한 달 기준으로는 6.22% 떨어졌다. 연초 이후 하락률도 4.17%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의 PCE 물가와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있는 만큼 환율 방향성이 고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미국의 금리 전망이 다시 매파적으로 이동할 경우 달러가 반등하면서 달러·원 환율에도 상승 압력이 재차 나타날 수 있다.
금, 온스당 4651.753달러·1.07%↑…3개월 고점권 유지
금 가격은 강세를 이어갔다. 금 현물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금은 온스당 4651.753달러로 49.093달러(1.07%) 상승했다.
장중에는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며 467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5월14일 이후 약 3개월 만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상승세도 가파르다. 금은 지난주 5% 넘게 상승한 데 이어 이미지 기준 최근 5일간 7.30% 올랐다. 한 달 상승률은 14.88%에 달한다.
금값 상승에는 달러 약세 기조와 국채 금리 하락이 동시에 작용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상대적인 보유 부담이 낮아진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경우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의 금 매입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기술적 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달러 약세와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발표가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금 수요를 자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관을 겨냥한 2차 제재를 확대했고 미·캐나다 무역갈등까지 심화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유지됐다.
다만 관세와 지정학적 갈등은 금 시장에 양면적인 변수다. 불확실성 확대 자체는 안전자산인 금에 긍정적이지만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경우 금리 상승을 통해 금 가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주 분수령은 PCE·잭슨홀…금리 방향이 달러·금·환율 좌우
채권과 외환 금 시장의 다음 방향은 미국 물가지표와 연준의 메시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번주 발표되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물가 지표다.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물가 압력이 예상 범위에서 유지된다면 최근 나타난 장기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달러에는 부담을 주는 반면 금에는 추가적인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0% 이상 반영하고 있다. 물가 압력이 다시 확인되면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국채 금리와 달러가 반등할 수 있고 금과 원화에는 반대 방향의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28일 예정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도 핵심 변수다. 시장은 40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가부채와 최근 장기금리 변동성 그리고 관세·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연준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은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기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장기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최근 급격했던 금리 상승 부담이 완화됐고 달러는 하루 기준 반등에도 3개월 저점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달러·원 환율은 1382원대로 하락했으며 금은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에 안전자산 수요까지 더해지며 3개월 고점권으로 올라섰다.
이번주 PCE와 잭슨홀을 거치면서 시장의 초점은 재무부의 채권시장 개입에서 다시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물가와 연준의 메시지가 미국 금리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면 그 움직임이 달러와 달러·원 환율 그리고 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