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의회 장악에 친 트럼프 전략 흔들
규제 강화 우려 속 초당적 협력 모색
"트럼프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는 워싱턴 정가의 이 격언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철옹성 같았던 트럼프와 공화당이 중간선거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디지털자산 업계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업계는 규제 강화와 의회 조사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 그러나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디지털자산 산업은 성장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친 트럼프 전략에서 벗어나 초당적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비트코인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디지털자산 업계가 지난 2년간 누렸던 정치적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업계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와 입법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자산을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렸다. 업계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도 업계의 입법 요구에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업계의 밀착 관계는 양날의 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스틴 캠벨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디지털자산 업계의 주요 인사 상당수가 트럼프 일가와 손을 잡았다”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회 장악…규제 완화에서 감독 강화로

가장 큰 변수는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관련 기업에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상원에서 입법 추진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투자자 보호, 은행권과의 경쟁 문제도 합의를 가로막았다. 민주당은 앞으로 강화된 윤리 규정과 소비자 보호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디지털자산 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전망이다.

의회의 인적 구성도 달라졌다. 2024년 선거에서 디지털자산 업계의 집중적인 반대 공세로 낙선했던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오하이오주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존 허스테드를 꺾고 복귀했다. 브라운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감독하는 상원 농업위원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비판해 온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 은행위원회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아담 마인하트 하이퍼리퀴드 정책센터 최고정책책임자는 “업계는 새로운 의회 지도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초기에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상 이해관계가 대통령 직무와 충돌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정권은 바뀌어도 시장은 남는다… 초당적 전략 시험대

정치적 환경이 바뀌었다고 기존 정책 성과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제정된 연방 스테이블코인법을 폐지하려면 새로운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SEC와 CFTC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 관련 규칙 제정도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계속 진행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예산 권한과 의회 조사권을 활용해 규제기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장 자체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치적 지원에도 과거 최고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 모두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점도 정치적 지원과 시장 성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3억달러 규모의 해킹 사건은 보안 문제를 다시 부각했다. 바이낸스는 회사 자금과 두 개의 보험기금을 활용해 탈취된 디지털자산을 사실상 충당했다.

피터 앳워터 윌리엄앤메리대 경제학 겸임교수는 “디지털자산 업계는 해킹 사건이 계속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보안 사고가 민주당의 규제 강화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디지털자산 산업의 기반은 과거보다 넓어졌다. 투자펀드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금융 인프라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기존 금융기관들도 관련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에 의존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 킴 크립토혁신위원회(CCI) 최고경영자는 “디지털자산은 언제나 초당적인 사안이었다”며 “양당의 신임 의원과 기존 의원 모두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동맹은 업계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 관계가 오히려 장기적인 제도권 편입을 가로막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정치적 후원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는 그보다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