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이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후디(Hoodi) 테스트넷의 ‘글램스터담(Glamsterdam)’ 업그레이드를 연기했다. 가스 비용 산정 방식 변경이 기존 스마트 계약의 실행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보안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이더리움 재단은 앞서 관련 위험을 인지하고 호환성 검증을 진행해 왔지만 추가적인 기술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의 레이어1(L1) 확장성 강화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
이더리움 재단은 22일(현지시각) 후디 테스트넷에서 예정됐던 글램스터담 업그레이드를 연기하고 이더리움 개선 제안인 EIP-8037이 기존 스마트 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당초 개발진은 이번 업그레이드와 함께 후디 테스트넷의 블록 가스 한도를 2억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계약 호환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스 한도 확대 계획도 취소했다. 네트워크 처리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선보다 기존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가스 비용 바뀌자 스마트 계약 오류 우려…8월부터 위험성 검토
이번 업그레이드 연기의 핵심 원인은 가스 비용 산정 방식 변경에 따른 스마트 계약 호환성 문제다.
블록체인 보안 기업 체인시큐리티(ChainSecurity)는 EIP-8037과 EIP-8038이 기존 스마트 계약의 실행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개선안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기존 데이터에 접근할 때 부과하는 가스 비용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스는 이더리움에서 거래를 처리하거나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때 필요한 연산 비용이다. 네트워크 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 연산에 필요한 비용을 부과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가스 비용이 달라질 경우 동일한 스마트 계약이라도 업그레이드 전후에 서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가스 부족으로 실행이 중단되거나 상태 변경이 되돌려졌던 작업이 새로운 비용 체계에서는 정상적으로 완료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연산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전에는 성공했던 작업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류 발생 시 재시도를 전제로 설계된 스마트 계약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시적인 실패로 처리돼야 할 작업이 영구적인 실패 상태로 기록되거나 오류 복구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처럼 여러 스마트 계약이 연계돼 자산을 관리하고 거래를 처리하는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호환성 문제가 서비스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문제가 갑작스럽게 발견된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 8월부터 가스 비용 변경이 기존 스마트 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왔다. 당시 과거 메인넷 거래를 변경된 가스 체계에서 다시 실행하는 방식으로 호환성을 점검한 결과 일부 계약에서 실행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확인됐다.
재단은 당시 발견된 문제의 상당수가 가스 한도 조정 등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분석에서 기존 계약의 오류 처리 방식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다 신중한 검증이 필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후디 노드 운영자 업데이트 필요…메인넷 영향 없어
이더리움 재단은 후디 테스트넷 노드 운영자들에게 기존 업그레이드 일정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것을 당부했다.
기존 일정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적용되도록 설정된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다른 노드와 서로 다른 네트워크 규칙을 적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동기화가 중단되거나 정상적인 블록 검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드 운영자들은 이전 버전의 소프트웨어로 되돌리거나 예정된 업그레이드 활성화 설정을 제거한 새로운 실행 클라이언트를 설치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기존 블록체인 기록을 되돌리는 롤백과는 구분된다. 이미 처리된 거래나 생성된 블록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특정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네트워크 규칙 변경을 보류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기는 후디 테스트넷에만 해당한다. 이더리움 메인넷의 거래 처리나 이더리움(ETH) 보유자의 자산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일반 이용자 역시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
개발진은 EIP-8037과 기존 스마트 계약 간의 상호작용을 추가 검토한 뒤 후디 테스트넷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L1 확장성 강화 핵심 업그레이드…메인넷 일정도 변수
글램스터담은 이더리움의 기본 네트워크인 레이어1의 처리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업그레이드다.
주요 기술로는 봉인된 제안자-빌더 분리(ePBS)와 블록 수준 접근 목록(BALs)이 꼽힌다.
ePBS는 블록을 제안하는 주체와 실제 블록 내용을 구성하는 주체의 역할을 프로토콜 차원에서 분리하는 기술이다. 블록 생성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특정 참여자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ALs는 블록에 포함된 거래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블록 검증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병렬 처리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글램스터담은 지난 6일 세포리아(Sepolia) 테스트넷에서 업그레이드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후디 테스트넷에서는 가스 비용 변경에 따른 스마트 계약 호환성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개발진 사이에서는 메인넷 활성화 시점으로 오는 12월 1일과 8일, 9일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날짜는 확정된 일정이 아닌 후보일이다. 후디 테스트넷의 업그레이드가 연기된 만큼 메인넷 적용 시점도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결정은 이더리움이 네트워크 확장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기존 스마트 계약과의 호환성을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가스 비용 체계 변경은 단순한 수수료 조정을 넘어 스마트 계약의 실행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술적 검증이 필수적이다.
향후 글램스터담 업그레이드 일정은 개발진이 EIP-8037과 EIP-8038의 호환성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테스트넷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