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760곳 넘었지만
배당 등 정량목표 제시 안해
"목표·이행여부 기준 마련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5월 밸류업 공시제도를 시행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코스피 358곳, 코스닥 406곳으로 총 764곳이었다.
그러나 기업별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공개하는 정보의 질과 양은 기업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별도 보고서 없이 공시 본문에 2024~2025년 현금배당 20조9000억원과 자사주 매입 8조4000억원 등 주주환원 실적을 공개했다.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중장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개선하겠다는 정량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코스닥에 상장된 스마트팩토리 기업 엠엑스온은 같은 달 해외사업 확대와 배당 수준 회복·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배당 목표액이나 달성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현행 밸류업 공시가 기업 자율을 원칙으로 해서다.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현황 진단과 목표 설정, 실행 계획, 이행 평가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재무지표와 목표 수치를 일률적으로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올해는 고배당기업의 배당소득 세제 혜택과 공시가 연계돼 별도 보고서 없이 주요 내용만 기재하는 약식 공시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밸류업 공시 건수를 늘리는 것보다 투자자가 기업가치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자본수익성(ROE)과 자본비용(COE·WACC)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공시 내용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자본비용 산정 근거, 동종 업종 비교, 이행 목표와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의무화가 오히려 공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보다 충실한 밸류업 공시를 제출한 기업에 세제 혜택과 주요 주가 지수 편입 확대 등의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