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이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뱅크(BitBank)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재무부는 비트뱅크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수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이전하는 데 이용됐다며 이란의 디지털자산 기반 제재 회피망을 겨냥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비트뱅크와 개발사 피쉬타즈 시모르그 일렉트로닉 트레이드, 관련 인사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경제 캠페인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일환이다.
“수억달러 비트코인, 이란 혁명수비대 이전에 이용”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각) OFAC가 이란 금융인 바바크 잔자니가 통제하는 디지털자산 사업 비트뱅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비트뱅크는 이란의 디지털자산 거래소다. 잔자니는 최소 2024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트뱅크 서비스를 홍보했다. 비트뱅크는 잔자니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에 포함된 여러 기업의 파트너로도 등록됐다.
미 재무부는 잔자니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비트뱅크를 이용해 수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이란 혁명수비대로 이전하는 것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OFAC 제재 대상인 호르무즈 세이프 마린 서비스 당국도 올해 6월부터 비트뱅크를 이용해 받은 자금을 이란 정권으로 이전했다고 미 재무부는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가 잔자니가 자금 세탁과 비트코인 이전을 위해 구축한 구조를 직접 겨냥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플랫폼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개발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란 정권에 디지털자산을 이용해 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OFAC의 제재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란 정권을 지원할 경우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뱅크 개발사·잔자니 측근 3명도 제재
OFAC는 비트뱅크와 함께 비트뱅크의 디지털자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피쉬타즈 시모르그 일렉트로닉 트레이드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피쉬타즈 시모르그는 앞서 OFAC 제재 대상에 오른 닷 원 밸류 크리에이션 그룹의 자회사다. 미 재무부는 이 회사가 비트뱅크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OFAC는 두 회사를 행정명령 제13902호에 따라 이란 경제의 디지털자산 부문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지정했다.
호세인 알리 자케르 호세인은 이란산 원유 수출과 디지털자산 이전 등 잔자니의 제재 회피 활동 상당 부분에 관여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로 최종 이전된 디지털자산 거래를 중개한 전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하마드 마흐디 자케르 호세인은 닷 원의 관리자 겸 대표이자 피쉬타즈 시모르그 최고경영자(CEO)다. 세예드 아델 헤이다리는 닷 원 이사회 부의장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잔자니는 2016년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관련해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이란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024년 감형됐다. 2025년에는 이란 정권과 연계된 경제 프로젝트의 후원자로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잔자니가 인프라와 운송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는 동시에 디지털자산 기업들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네트워크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자금 세탁에도 이용됐다.
“이란 디지털자산 제재 회피망 계속 겨냥”
이번 제재는 미 재무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경제적 추방 작전’의 연장선이다. 미 재무부는 이를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라고도 부르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 작전은 이란이 원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며 테러 활동에 자금을 제공하는 데 이용하는 네트워크와 금융 경로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영국, 걸프 국가 등과 협력해 이란 정권의 불법 수익원으로 판단한 대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OFAC는 이번 조치에 따라 제재 대상자의 미국 내 자산과 미국인이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자산을 동결하고 신고하도록 했다. 제재 대상자가 직간접적으로 50% 이상 소유한 법인도 동결 대상에 포함된다.
OFAC의 허가나 예외가 없는 경우 미국인 또는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제재 대상자 관련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이나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 기관은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정권과 거래를 계속하는 주체에는 2차 제재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앞으로 이란의 디지털자산 생태계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해외 기관과 관련자도 계속 겨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