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 첫 관문에서 좌초한 지 이틀 만에 재협상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클로처(토론종결)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민주당 의원 7명이 법안 통과를 위한 초당적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부결 직후 ‘재심의 동의(Motion to Reconsider)’를 공식 등록해 클로처 재투표를 위한 절차적 통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민주당 협상파까지 다시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관심은 다시 ’60표 확보’ 여부로 향하고 있다.
17일 커스틴 질리브랜드·앤절라 알소브룩스·코리 부커·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루벤 갈레고·마크 워너·라파엘 워녹 등 민주당 상원의원 7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클래리티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초당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에서는 양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고 연내 클래리티법 처리를 다시 추진하기 위한 초기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은 지난 15일(현지시각) 클로처 부결이 법안 자체에 대한 최종적인 거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실제 알소브룩스 의원은 표결 당일에도 디지털자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행 법안의 윤리조항 등을 문제 삼았다.
톰 틸리스 의원, 재심의 요청 위해 ‘반대표’ 행사
클래리티법은 상원에서 본회의 심의를 시작하기 위한 클로처 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수전 콜린스·조시 홀리·제리 모런 등 공화당 의원 3명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향후 클로처 재투표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표 계산의 출발점은 49표보다 50표에 가깝다.
틸리스 의원이 당초 찬성표를 던졌다가 표결 막판 반대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는 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뒤집었다기보다 재심의 절차를 열어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미 상원에서는 표결에서 승리한 쪽에 투표한 의원이 해당 표결에 대한 재심의 동의를 제기할 수 있다. 클로처 부결이 확실해지자 틸리스는 찬성에서 반대로 표를 변경했고, 부결 직후 곧바로 재심의 동의를 공식 등록했다.
틸리스 역시 표결 이후 “이것이 클래리티법의 끝은 아니다”며 상당한 수준의 초당적 진전이 있었고 이번 절차적 조치가 협상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NEW: A group of seven Senate Democrats, including @gillibrandny, @MarkWarner, @SenRubenGallego and @Sen_Alsobrooks, say they are “committed to working in a bipartisan fashion” to pass the Clarity Act.
The statement comes amid early efforts to restart bipartisan talks and gauge… pic.twitter.com/zJV1G08RQ3
— Eleanor Terrett (@EleanorTerrett) September 17, 2026
공화당 전부 찬성+민주당 7명 = ’60표’
이들은 모두 클로처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화당과 협상을 계속해 수정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민주당 협상파는 이전부터 선출직 공직자의 윤리규정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 불법금융, 이해충돌, 시장 건전성 관련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들이 추가 협상을 통해 수정안에 합의하고 향후 클로처 재투표에서 찬성으로 돌아선다고 가정하면 표 계산은 크게 달라진다.
기존 찬성 49표에 틸리스가 다시 찬성하면 50표다. 여기에 민주당 협상파 7명이 모두 합류하면 57표가 된다. 클로처에 필요한 60표까지 불과 3표가 남는다.
다만 현재 57표가 확보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당 7명의 이번 성명은 클로처 찬성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향후 윤리조항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실제 표 이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첫 표결의 ’49대50 부결’이라는 숫자만 놓고 볼 때보다 재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경로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공화당 내부의 이탈표다. 지난 표결에서는 틸리스의 절차적 반대표 외에도 콜린스·홀리·모런 의원이 클로처에 반대했다.
결국 민주당 협상파 7명이 모두 찬성으로 이동한다는 가정에서도 추가로 3표가 필요하다. 콜린스·홀리·모런 가운데 일부를 다시 끌어오거나, 민주당에서 공동성명에 참여한 7명 이외의 추가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두 방법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민주당 7명이 돌아오느냐’를 넘어 ’60표를 완성할 마지막 3표를 어디에서 확보하느냐’로 좁혀진다.
부결 이틀 만에 민주당 성명…클래리티법 ‘불씨’ 남았다
클로처 부결 직후 틸리스가 재투표를 위한 절차적 가능성을 남겼다면 민주당 협상파들은 이틀 만에 다시 협상할 정치적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클로처 부결 당시에도 민주당 측은 시장구조법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 현행 법안의 윤리조항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반면 공화당 측은 백악관까지 상당 부분 양보한 만큼 민주당의 추가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섰다. 실제 백악관은 표결에 앞서 틸리스와 갈레고가 협상한 윤리조항의 상당 부분을 수용한 바 있다.
양측이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느냐가 클로처 재투표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재투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과 실제 재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상원은 현재 10월 초까지 회기가 예정돼 있으며 이후 중간선거를 앞두고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이번 성명을 낸 의원들이 실제로 찬성표를 던진다고 하더라도 ‘공화당 의원(53명) 전부 찬성’ 또는 ‘민주당 내 추가 찬성 의원 등장’ 등의 조건이 더해져야 클래리티법이 부활할 수 있게 된다. 즉, 공화당 지도부가 마지막 3표를 확보해 틸리스가 열어놓은 재심의 절차를 실제 ‘클로처 재투표’ 통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