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폴리마켓에서 선거나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고 디지털자산으로 특정 포지션을 매수하는 경우 도박죄가 성립하나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는 지난달 18일 해외 예측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에 대한 국내 접속차단 조치를 의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폴리마켓 접속이 차단되었습니다.

방미심위는 위 조치를 의결하기 전 폴리마켓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였음에도 ‘폴리마켓의 승자독식형 손익구조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탈중앙화 기술과 같은 기술적 특성이나 방식을 이유로 국내 법령 적용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폴리마켓이 여전히 형법상 도박장소개설 또는 도박방조 및 국민체육진흥법위반(유사행위의 금지 등)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찰이 폴리마켓 국내 이용자들을 상대로 형법상 도박죄를 적용하여 수사 중에 있습니다.

과연 국내 이용자들이 폴리마켓의 예측시장을 이용하는 경우 형법상 도박죄가 성립할까요?

먼저, 폴리마켓은 스포츠, 정치, 크립토, 지정학, 문화, 날씨 등 이용자가 특정 사건의 결과에 대해 보통 ‘Yes’, ‘No’ 포지션이나 A 또는 B 포지션을 디지털자산으로 매수하고, 해당 결과가 확정되면 승리한 포지션에 이미 정해진 대가를 지급받는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폴리마켓에서는 보통 스테이블 코인인 USDC 등의 디지털자산을 수단으로 위와 같은 포지션 매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편, 형법 제246조의 도박죄에서 말하는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형법에서 재물은 ‘재산상의 이익’과 엄밀히 구분되기는 하지만 도박죄에서의 재물에 관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재산상의 이익’ 또한 포함하는 것으로 판시해오고 있습니다.

해당 조문에서도 굳이 도박의 객체를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재물’로만 한정시키지 않습니다. 또한 도박죄에서의 ‘우연’이란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해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다소라도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실력에 의해서 그 결과가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내기골프 경우에도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도736 판결 참조). 이처럼 판례는 도박죄에서의 ‘우연성’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폴리마켓에 적용해 보면, 폴리마켓의 예측대상은 ‘미국이 에일리언의 존재를 인정하는 시기’, ‘일론머스크가 트위터에 포스트하는 날짜’ 등 특정 스포츠 경기 결과보다 더욱 우연성에 의존하는 이벤트 결과이고, 유저는 위와 같은 결과에 디지털자산 등 재물을 건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폴리마켓에서의 예측행위는 대부분 형법에서 말하는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폴리마켓을 이용한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다 도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46조 단서에서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 규모나 횟수가 적은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도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폴리마켓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과 외형적으로 유사합니다. 실제로 미연방에서는 예측시장 상품들을 event contract로 보고 사실상 파생상품으로 다루려는 논의가 이미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폴리마켓의 예측상품이 만약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에 해당한다면, 이를 거래하더라도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따라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등을 의미합니다. 흔히 우리가 선도·선물·옵션·스왑이라고 부르는 상품들입니다.

여기서 기초자산이란 농산물·축산물·수산물도 포함되고 이 밖의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 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 등을 의미합니다(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항).

따라서 일부 폴리마켓의 예측대상 중 금·은, S&P500, 환율, 날씨 등과 같이 기초자산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대상들에 관해 이를 파생상품으로 볼 수 있지않냐는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위와 같은 대상들이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파생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고객이 피고인에게 10만원을 지급한 후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환율이 변동함으로써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되, 일정한 규모의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자동적으로 거래가 종료되면서 그 이익금 중 10%를 공제한 나머지 이익을 지급받고,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정’한 거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 거래는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걸고 단시간 내에 환율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를 맞추는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에 불과할 뿐,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1호나 제2호의 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 ‘어떤 거래가 구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 해당하는지는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경제활동에 수반하는 다양한 위험을 회피 또는 분산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특히 투기성이 강한 거래라면 투자자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방법이 마련돼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 참조)

결국, 폴리마켓 내의 예측대상 중 일부 파생상품과 유사한 외형을 지닌 상품들도 있는 건 맞으나, 대부분 ① 위험 회피(헤지) 기능과는 거리가 멀고 투기 목적의 거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고, ② 특정 포지션 매수에 대한 대가 또한 참여자들의 수요 및 공급에 따라 형성되므로 이를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으로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폴리마켓에서의 특정 포지션 매수는 그 실질이 형법상 도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폴리마켓 예측시장 그 자체는 대중의 성향을 파악하고 미래의 특정상황을 예측하는 일종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체계 안에서는 도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폴리마켓을 이용한 횟수나 그 규모 등 모든 제반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일시오락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닌지 또는 예측대상에 따라 파생상품을 거래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박죄의 성립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