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제 프로토콜 ‘x402’에서 광범위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주요 결제 중개업체 15곳이 모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보안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취약점은 판매자가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중개업체의 자산과 네트워크 수수료가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3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전문매체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제35회 USENIX 보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에서 코인베이스와 서드웹, 페이AI, 모가미 등 x402 결제 중개업체 15곳을 분석한 결과 총 49건의 보안 규칙 위반과 31개의 취약점이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조사 기간 관측된 x402 거래의 99%와 결제액의 98%를 처리했다.

다만 전체 거래의 99%가 실제 공격에 취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취약점이 악용될 경우 판매자의 금전 손실과 중개업체 보유 자산 탈취, 네트워크 수수료 부담, 결제 서비스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 실패해도 상품 제공…‘공짜 구매’ 가능성

x402는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가 결제를 요청하면 AI 에이전트 등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개업체는 구매자의 결제 승인을 확인한 뒤 블록체인에 거래를 제출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초기 검증을 통과한 결제가 실제 블록체인 정산 단계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결제 승인이 만료되거나 구매자 잔액이 부족해도 판매자가 검증 직후 서비스를 제공하면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공짜 구매’ 공격으로 분류하고 실제 공격 경로 2개를 검증했다.

코인베이스가 제공한 공식 서버 키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연구 대상인 7개 참조 서버 키트에는 결제 검증 이후 실행한 작업을 명시적으로 되돌리는 기능이 없었다. 일부 버전에서는 최종 정산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된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중개업체 자산·수수료도 공격 표적

중개업체가 직접 손실을 볼 수 있는 취약점도 발견됐다. 이더리움 서명 표준 ERC-6492와 관련된 공격에서는 악성 메타데이터를 이용해 중개업체가 정상적인 결제 대신 임의의 토큰 승인 거래를 제출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실제 자금을 이동시키지는 않았지만 중개업체 보유 자산 탈취로 이어질 수 있는 공격 경로로 평가했다.

중개업체가 판매자를 대신해 블록체인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도 악용될 수 있다. 공격자가 비용이 많이 드는 스마트계약 배포 등을 반복적으로 유도하면 수수료가 중개업체의 손실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베이스와 솔라나에서 발생한 x402 거래 1억1900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중개업체가 부담한 네트워크 수수료는 약 20만2000달러였다. 이 가운데 약 5800달러는 실패하거나 되돌려진 베이스 거래에서 발생했다.

코인베이스 거래 7717만건…집중도도 위험 요인

시장 집중도 역시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조사 기간 코인베이스는 7717만건의 거래와 약 2700만달러의 결제액을 처리해 최대 x402 중개업체로 나타났다. 조사된 약 5만3500개 서버의 93% 이상은 단일 중개업체와 연결돼 있었다.

특정 사업자의 취약점이나 장애가 다수 판매자에게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일부 업체는 이미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기준 코인베이스와 페이AI, 모가미는 총 6개 취약점을 확인했으며 일부는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운영 환경에서 어떤 취약점이 남아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제 정산이 완료되기 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거래 직전 결제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I 에이전트가 직접 API와 데이터를 구매하는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x402가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제 속도뿐 아니라 최종 정산까지 보장하는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