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금융상품을 물으면 어떤 금융사가 가장 많이 거론될까. AI 브랜드 분석 전문기업 에이아이빅스랩이 금융 10개 분야 276개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일부 보험 분야를 제외하면 실제 시장 비중과 AI 답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9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에 같은 소비자 질문을 반복해 던지고 한국어 답변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브랜드 등장률과 언급 점유율, 공식 출처 인용 현황 등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격차가 가장 큰 부문은 연금저축·IRP였다. 31개 브랜드 중 상위 6곳을 증권사가 차지했고, 미래에셋증권(59.3점)이 1위에 올랐다. 반면 퇴직연금 적립금 전체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경우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14.9점)이 8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간편결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 집계 하루 평균 이용액의 약 21%를 차지한 KB Pay·신한 SOL페이 등 은행·카드사 간편결제 9곳은 AI 답변 내 언급 점유율이 합산 1.1%에 그쳤다. 반면 네이버페이(76.1점)가 4개 AI 모두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은행은 KB국민은행(67.9점), 신용카드는 KB국민카드(48.8점), 주식앱은 키움증권(66.5점), 예적금·파킹통장은 카카오뱅크(59.2점)가 각각 종합 1위였다. 다만 첫 언급 비중의 경우 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35%), 주식앱에서는 토스증권(37.5%)이 가장 높아 종합 순위와 엇갈렸다.
금융사의 자체 금융 콘텐츠 운영이 답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나타났다. KB금융그룹의 금융 콘텐츠 플랫폼 ‘KB의 생각’ 등이 AI 답변의 근거 출처로 활용된 사례가 확인돼, 이러한 콘텐츠 운영이 AI 브랜드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태아보험에서는 현대해상이 66.8점으로 4개 AI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 삼성화재와 격차는 20.7점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삼성화재(68.4점)가 4개 AI 모두 1위였고, 첫 언급 비중(50%)은 현대해상의 약 6.7배였다. 반려동물보험은 메리츠화재(72.4점)가 타사를 앞섰지만 클로드에서는 KB손해보험이 1위였다.
암·건강보험은 50점 이상인 브랜드가 한 곳도 없었다. 한화생명(34.5점)이 1위, 삼성화재(25.7점)와 삼성생명(24.9점)이 뒤를 이었고, 제미나이에서는 DB손해보험(36.5점)이 1위에 올랐다.
한편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브랜드보다 상품 정보가 답변을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실손보험에서 ‘보험료 부담이 적은 실비’를 물으면 답변의 58%가 특정 보험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진료 이력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실비’를 물었을 때는 42%가 4세대·유병자 실손 등 상품 유형을 설명했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질문의 목적과 AI 종류에 따라 먼저 등장하는 브랜드가 달라진다”며 “기업들도 자사 상품의 특성과 정보를 AI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