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미 상원의 60표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7만5000달러대로 밀려났다. 법안 부결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가격 하락이 파생상품 시장의 레버리지 롱(상승 베팅) 포지션 대규모 청산으로 이어지며 단기 변동성을 한층 키운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각)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7만5663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24시간 전 대비 하락률은 4.73%에 달한다. 상원 표결 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매도세가 쏟아지며 지난 8월 저점 부근까지 밀려나 단기 지지 구간을 시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규제 불확실성에 매도세…롱 5억8155만달러 청산

가격이 급격히 밀려나자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대거 강제 종료(청산)되며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최근 24시간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에서 집계된 청산 규모는 6억7737만달러에 달하며, 이 중 롱 포지션 청산이 5억8155만달러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했다. 반면 숏 포지션 청산은 9582만달러에 그쳐 상승 베팅에 나섰던 투자자들에게 충격이 집중됐다.

자산별로는 비트코인에서 1억9624만달러, 이더리움에서 2억215만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각각 정리됐다. 엑스알피(XRP) 역시 3115만달러의 롱 포지션 청산이 발생했으며, 특히 엑스알피는 최근 1시간 동안에만 609만달러 상당의 상승 포지션이 정리되는 등 단기 청산 여파가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엑스알피 가격은 24시간 동안 14.58% 폭락한 1.2735달러를 기록했고, 이더리움과 솔라나도 각각 7.71%, 7.51% 떨어졌다. 업계는 현물 가격 하락이 롱 포지션의 강제 청산을 부르고, 이 청산 물량이 다시 현물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연출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8월 저점 무너진 비트코인… “7만2000달러까지 구조 유지”

시장의 관심은 이제 대규모 청산을 소화한 뒤 비트코인이 어느 가격대에서 균형을 찾을지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트레이더 다안 크립토 트레이즈는 클래리티법 부결 이후 비트코인이 8월 저점을 하향 돌파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법안 부결이 확인된 뒤 알고리즘 매도가 나타난 것은 예상 가능한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는 악재 자체보다 악재를 소화한 이후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트레이더 돔도 당장 7만2000달러 부근까지의 추가 하락을 추세 붕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7만2000달러 수준까지 조정받더라도 기존 시장 구조는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등 과정에서는 중장기 거래량가중평균가격(VWAP)이 주요 저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돔은 최근 12개월 롤링 VWAP과 사상 최고가 이후 형성된 VWAP을 비트코인이 넘어야 할 핵심 가격대로 제시했다. 현재 가격이 이들 구간 아래에 있는 만큼 단기 반등만으로 추세 전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50주선 회복 여부 주목…다음 변수는 FOMC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자산 분석가 ‘렉트캐피털(Rekt Capital)’은 비트코인이 50주 지수이동평균선(EMA)을 넘었다가 다시 밀려난 점을 주목했다. 그는 “이번 주 주봉이 긴 윗꼬리를 남긴 채 50주 EMA 아래에서 마감할 경우, 기존 지지선이 저항선으로 돌아서는 ‘약세 리테스트’가 확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세장에서는 50주 EMA가 든든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은 이를 안정적으로 지지선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시장의 다음 변수는 FOMC다. 클래리티법 부결로 규제 불확실성이 재부각된 상황에서 통화정책 이벤트까지 이어지는 만큼 비트코인이 대규모 청산 이후 가격대를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장의 시선은 우선 7만2000달러 부근으로 향하고 있다. 이 구간까지는 기존 가격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반등하더라도 50주 EMA를 다시 지지선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중장기 약세 신호에 대한 경계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