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BTC)이 7만2000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규제 명확성이 추가 상승 동력이 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에랄드 구스 OKX 유럽 최고경영자(CEO)는 클래리티법 통과가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되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이더 라피크 OKX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관련 기대가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일(현지시각) 유럽 오전 거래에서 7만2300달러까지 상승했다. 수주간 이어진 박스권을 벗어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클래리티법 처리를 다시 촉구하면서 상승세에 추가 동력을 제공했다.

“클래리티법, 디지털자산 신뢰에 새 활력”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가격이 지난 19일 급등하기 몇 시간 전 구스 CEO는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디지털자산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식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되돌아오기 시작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후 디지털자산 가격은 수주 동안 이어진 거래 범위를 벗어나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클래리티법 통과를 다시 요구하면서 상승 흐름에 힘을 보탰다.

구스 CEO는 코인데스크에 “클래리티법이 통과된다면 세계 최대 경제권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열기와 신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는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관심 확대와 미국·유럽의 규제 명확성, 탈중앙화금융(DeFi)의 접근성 개선을 함께 거론했다. 구스 CEO는 이들 조건이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대중화를 위한 요소들이 갖춰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클래리티법이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OKX 내부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라피크 OKX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최근 규제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피크는 “시장은 뉴스를 미리 가격에 반영한다”며 “클래리티법으로 인한 가격 상승분의 대부분은 이미 현재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구스 CEO는 법안 통과 이후 미국에서 나타날 신뢰 회복과 시장 확산 효과에 무게를 두는 반면 라피크는 투자자들이 이를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AI·반도체로 이동했던 자금 돌아올 것”

구스 CEO가 비트코인 시장의 추가 동력으로 지목한 또 다른 요인은 자금 순환이다.

그는 디지털자산을 떠나 반도체와 AI 관련 주식, 스페이스X 등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다시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구스 CEO는 “반도체와 AI 주식, 스페이스X로 흘러간 많은 자금이 디지털자산으로 돌아올 길을 찾을 것”이라며 “과열이 있었고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디지털자산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올해 시장을 주도했던 AI 관련 메모리와 반도체 주식에서는 최근 상승 동력이 약해지는 신호가 나타났다.

제임스 반 스트라텐 코인데스크 분석가는 지난달 초 AI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들의 모멘텀이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기존 자금 흐름이 반전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스 CEO는 미국의 규제 진전 속도와 별개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이미 바닥을 형성했다는 견해도 밝혔다. 자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익 기회를 찾아 시장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개인 거래 감소에도 “자금 떠난 것 아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의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개인투자자 거래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거래 규모가 50% 줄었다.

구스 CEO는 이를 개인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는 신호로 해석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모멘텀을 따라 이동하고 있으며 다시 기회가 나타나면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자본이 계속 사라진 상태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기회와 시장의 관심,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구스 CEO는 바이낸스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시장법(MiCA)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해 EU 고객 대상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12일 동안 OKX의 EU 지역 앱 다운로드가 160%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스 CEO는 규제를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의 장애물보다 기반으로 봐왔다. 그는 지난 6월 MiCA를 준수하기 위한 비용과 여러 라이선스를 갖춘 사업 구조 구축의 복잡성을 이유로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80%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MiCA 시행 전 유럽에는 3000개가 넘는 등록 디지털자산 서비스 제공업체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6월 말 기준 MiCA 체계에서 허가받은 업체는 약 244개로 집계됐다.

비트코인이 수주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나 7만2000달러대로 올라선 가운데 시장의 다음 관심은 규제 기대와 자금 순환이 실제 추가 수요로 이어질지에 모인다.

구스 CEO는 클래리티법과 기관투자자 관심, AI·반도체에서의 자금 이동을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보고 있다. 반면 라피크는 클래리티법 기대의 상당 부분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OKX 내에서도 클래리티법 통과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을 놓고 온도 차가 나타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