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과 강력한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를 앞세워 27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에서 10%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을 넘어 AI 연구소와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 투자를 금융 측면에서도 지원하는 전략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역할이 AI 반도체 공급자를 넘어 AI 산업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재무 부담을 경계하는 시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 동부시간 기준 27일 오후 1시26분께 엔비디아 주가는 229.8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0.23달러(9.65%) 상승했다. 장중에는 229.99달러까지 오르며 23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 거래일 종가는 209.66달러였으며 이날 시가는 222.59달러였다. 장중 저점도 220.90달러에 형성돼 개장 이후 줄곧 전 거래일 종가를 크게 웃도는 흐름을 나타냈다.

거래도 크게 늘었다. 같은 시각 거래량은 약 1억9076만주로 평균 거래량인 약 1억3920만주를 이미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52주 거래 범위는 164.07~236.54달러다. 이날 상승으로 주가는 52주 최고가와의 격차를 약 3% 수준까지 좁혔다. 장중 시가총액은 약 5조5670억달러로 불어났다. 주가수익비율(PER)은 35.25배 수준이며 주당순이익(EPS)은 6.52달러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급등은 기술주 전반의 위험선호 회복과 맞물렸다. 같은 시각 나스닥지수는 1.56% 상승했고 S&P500지수는 0.83% 올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8% 상승했다. 반면 변동성지수(VIX)는 4.87% 하락한 14.47을 나타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모습이다.

매출 962억달러·데이터센터 890억달러…AI 수요 다시 확인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동력은 전날 발표된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은 96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18% 늘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데이터센터 매출 역시 전 분기보다 18% 늘었다.

시장 예상도 넘어섰다. 팩트셋 기준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매출을 약 923억달러로 예상했지만 실제 매출은 이를 약 39억달러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2.22달러로 시장 예상치 2.09달러를 상회했다. 순이익은 596억9000만달러에 달했고 GAAP 기준 희석 주당순이익은 2.46달러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890억달러 가운데 하이퍼스케일 부문 매출은 487억달러에 달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117%로 최근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토큰이 생산성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컴퓨팅 자체가 매출을 창출하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프런티어 AI 연구소가 동시에 모델 규모를 확대하고 오픈모델 생태계와 피지컬 AI까지 성장하면서 AI 컴퓨팅 수요가 가속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음 분기 전망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3분기 매출을 1080억달러±2%로 전망했다. 2분기보다 약 12%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이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 3분기 예상 매출총이익률은 74.0%±0.5%포인트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엔비디아가 2028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을 약 70%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수석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전망 자체가 공급 제약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 능력이 성장 속도를 제한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GPU 공급자에서 ‘AI 금융 허브’로…투자자 시선은 대차대조표로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관심은 매출 성장 자체에서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와 AI 시스템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와 AI 연구소의 인프라 구축에 자본을 투입하고 금융 조달을 지원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상장·비상장 기업 지분 투자는 7월 말 기준 956억달러 규모로 불어났으며 광범위한 지분 투자 규모는 약 9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초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준에서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투자 대상에는 인텔과 코어위브를 비롯해 코히런트와 노키아, 시놉시스, 네비우스 등 AI 인프라 생태계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엔비디아가 AI 고객사의 자금 조달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보증 관련 최대 익스포저는 1085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50억달러가 오픈AI가 사용할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SB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계돼 있다. 엔비디아는 AI 연구소와 인프라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함께 고객사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AI 수요 기반 자체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외부 자본도 끌어들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아폴로와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AI 컴퓨팅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목표는 장기적으로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모든 투자비를 직접 부담하기보다 GPU와 데이터센터를 투자 가능한 인프라 자산으로 만들고 외부 금융자본을 AI 생태계로 유입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엔비디아를 AI 산업의 사실상 ‘중앙은행’에 빗대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AI 연구소와 신생 클라우드 기업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만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대차대조표와 신용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엔비디아가 강력한 재무구조를 이용해 이 간극을 메우면 고객은 더 많은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엔비디아 GPU 수요 역시 확대되는 구조다.

크레스 CFO는 이러한 구조를 이른바 ‘순환 금융’으로 보는 시장의 시각에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전통적인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에서는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판매 대금을 받고 이후 해당 컴퓨팅 자원의 임대 매출에서도 일정 몫을 확보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AI 연구소 가운데 엔비디아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하는 고객이 내년 회사 전체 사업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10% 급등에도 남은 숙제…현금흐름과 ‘순환 금융’ 논란

투자자들이 이날 엔비디아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공격적인 생태계 금융 전략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매출채권이다. 고객사에 제공하는 결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출채권은 631억달러까지 증가했고 평균 회수 기간은 45일에서 60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영업현금흐름은 241억달러로 1분기 503억달러보다 약 52%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486억달러에서 213억달러로 줄었다. 매출채권 증가가 현금 전환 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엔비디아의 현금 창출력 자체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회사는 2분기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약 260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2분기 말 기준 남아 있는 자사주 매입 승인 규모도 약 990억달러에 달한다.

결국 이날 엔비디아의 10%에 가까운 주가 급등은 시장이 당장의 재무 부담보다 AI 컴퓨팅 수요와 성장 가시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962억달러와 데이터센터 매출 89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실적에 이어 다음 분기 1080억달러의 매출 전망까지 제시되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단 후퇴했다.

동시에 엔비디아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GPU 판매량과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률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매출채권 회수 기간과 현금흐름, 지분 투자 규모, 보증 익스포저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엔비디아의 대차대조표 자체가 AI 인프라 확장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장중 주가는 229.99달러까지 상승하며 52주 최고가 236.54달러를 다시 가시권에 뒀다. 시장이 이날 엔비디아에 부여한 프리미엄은 단순한 ‘어닝 서프라이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반도체를 판매해 성장했던 엔비디아가 이제는 막대한 현금과 신용을 활용해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고 다시 그 인프라에서 자사 GPU 수요를 창출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다만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급증하는 매출채권과 보증 부담을 관리하면서 AI 고객사들이 실제 서비스 매출과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AI의 중앙은행’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성장 동력으로 만들지 아니면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재무적 노출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길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