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레깅스 업체 룰루레몬의 주가가 실적 발표 후 두 자릿수 급락해 2018년 수준까지 추락했다. 주가가 “터무니없이 싸다(screaming cheap)”며 물타기 중인 마이클 버리의 투자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룰루레몬은 전날보다 17.38% 급락한 100.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51% 추락했고, 2023년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80% 폭락했다. 2018년 이후 최저가다.
룰루레몬은 지난 3일 분기 매출 역성장을 발표했다. 올해 5~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올해 매출 가이던스는 약 6% 하향 조정했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소비층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 고가의 레깅스를 판매해 한때 ‘레깅스계의 샤넬’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룰루레몬은 실내 운동 수요가 증가세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30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한물 간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Z세대가 룰루레몬 대신 경쟁 브랜드 알로요가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룰루레몬의 실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룰루레몬은 ‘버리 픽’으로 유명하다. 숏(하락 베팅)을 선호하는 버리에겐 몇 안 되는 롱(상승 베팅) 종목이다. 그러나 룰루레몬 주가는 끊임없이 하락하며 버리의 반등 기대를 좌절시키고 있다.
버리는 지난해 2분기 룰루레몬을 처음 매입했고, 당시 주가는 288달러였다. 현재 주가는 최초 매입가보다 65% 하락했다. 다만 버리의 손실률은 그의 물타기로 인해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버리는 올해 자신의 유료 블로그(서브스택)를 통해 추가 매수에 나섰다고 수 차례 전했다. 이에 최근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룰루레몬의 비중은 17%까지 확대됐다.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비중이다.
버리는 룰루레몬 주가가 “터무니없이 싸다” “트럭채 싣을 만한 가격(load-the-truck price)” 등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버리의 인내심도 슬슬 소진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4일 룰루레몬을 두고 “이 장난꾸러기(trackster) 종목이 인어조차 없는 심연으로 나를 데려가려는 듯 하다”며 자조적 농담을 던졌다. 그럼에도 그는 룰루레몬 주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경우 추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 공언했다.
버리는 룰루레몬을 3~5년 장기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그의 노림수는 인공지능(AI) 과열 해소, 낮은 밸류에이션, 경영 환경 개선 기대, 주주 손바뀜 등이다.
버리는 AI 관련주 열풍을 줄곧 비판해왔으며, AI주의 폭락 이후에는 비AI 섹터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룰루레몬은 미 의류업체 중 유일하게 주가유형순자산배수(PTBV) 3배 미만, 주가수익배수(PER) 10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룰루레몬의 재무 상황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최근 밸류에이션이 사모펀드(PEF)가 눈독을 들일 정도로 싸다고 보고 있다.
오는 8일에는 룰루레몬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나이키에서 27년간 근무한 여성복 전문가 하이디 오닐이 취임한다. 직전 CEO인 캘빈 맥도널드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1월 사임했다.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룰루레몬을 떠난 창업자와 이사회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창업자가 현 룰루레몬 이사회의 무능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라면 악재로 여겼을 사건이지만 역발상 투자자인 버리는 “나쁜 경영진은 가치투자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버리는 지난 2일 룰루레몬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주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인내심이 약한 투자자들이 ‘항복 매도’에 나섰고, 본인과 같은 가치 투자자 기반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버리는 “개인적으로 거래량 신호를 선호하는데, 룰루레몬은 완전한 주주 손바뀜이 일어났으며 새 주주들은 현 주가 수준에서 팔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이 무색하게 룰루레몬은 실적 발표 직후 폭락했다.
버리가 폭락 이후에도 룰루레몬을 추가 매수에 나설 지 주목된다. 버리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도 룰루레몬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한 바 있다.
한편 버리와 달리 월가 투자은행(IB) 대부분은 룰루레몬의 폭락에도 저가 매수 기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룰루레몬을 커버하는 주요 애널리스트 36명 중 28명은 ‘보유(중립)’ 의견이다.
매수·비중확대 의견은 4명으로 매도의견 4명과 팽팽히 맞선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매수·비중확대 의견은 1명 늘었고, 매도의견은 2명 늘었다. 애널리스트 36명의 평균 목표가는 102.53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