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미 재정과 국채시장에 대한 불안, 달러가치 희석 염려가 금과 비트코인이라는 두 대체자산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비트코인은 장중 8만2200달러에 육박하며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수주간 약 30% 급등하면서 5월 고점인 8만2793달러에도 바짝 다가섰다.

지난 6월 6일 장중 1506달러 선까지 빠졌었던 이더리움 역시 이날 2507달러 선으로 약 66% 올랐다.

가상자산 급등에 관련주도 동반 폭등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비트코인을 대거 보유한 스트레티지 주가는 전일 대비 17.6% 급등했고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 역시 10.1% 상승했다.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높은 로빈후드 주가도 16.6% 뛰었다.

로빈후드는 최근 모건스탠리가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높이고 목표주가를 150달러로 상향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다른 가상자산 관련주에도 매수세가 확산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인터넷은 16.5% 올랐고 비트디지털은 17.3%,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업체 카난은 27%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과 함께 금도 강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미국 금 선물은 전장 대비 2.8%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4539.9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5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자산시장 랠리에 불을 붙인 것은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이었다. 월러 이사는 물가 압력 완화가 확인되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카코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63.2%에서 50.4%로 낮아졌고 미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금리 부담 완화는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의 투자심리를 살리는 동시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높였다.

비트코인은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이라는 추가 동력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 가상자산 규제체계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를 촉구했다.

다만 최근 금과 비트코인의 동반 강세는 단순한 위험선호 회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치솟는 장기금리를 안정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확산했다. 동시에 막대한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로 인해 달러 구매력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른바 ‘화폐가치 희석(debasement)’ 우려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장기금리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의 가장 주된 두 가지 원인은 대(大)차입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증가로 자금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장기금리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