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최대 420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이 5년간 약정한 1252억달러 규모의 텐서처리장치(TPU) 컴퓨팅 용량 임대 비용 가운데 약 3분의 1을 조달할 수 있는 규모다. 대출에 사용되는 채무증권은 향후 앤트로픽 지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가 1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의 인프라 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42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에 컴퓨팅 장비를 공급하는 동시에 장비 임대와 금융까지 제공하고 있다.

TPU 5년 임대에 1252억달러…브로드컴이 금융지원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TPU 컴퓨팅 용량을 5년간 임대하기 위해 125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정했다.

브로드컴이 제공하기로 한 최대 420억달러의 금융지원은 전체 임대 약정의 약 3분의 1을 조달할 수 있는 규모다.

금융 구조에는 전환 가능 채무도 포함된다. 브로드컴은 금융 파트너를 지정할 수 있으며 앤트로픽이 발행하는 채무증권은 향후 앤트로픽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앤트로픽은 투자설명서에서 IPO를 완료하기 전에는 해당 채권이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2026년 4월 전환사채와 관련해 브로드컴을 위해 제한계좌에 현금을 예치했다. 특정 상황에서는 추가 자금을 납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투자설명서에서 밝혔다.

일부 지급이나 계약 이행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앤트로픽이 부담하는 임대 의무의 상당 부분이 즉시 만기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420억달러 규모 금융지원 한도를 해당 지급에 사용하는 데에도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앤트로픽은 설명했다.

앤트로픽, 2027년 브로드컴 최대 컴퓨팅 고객 전망

앤트로픽은 지난 4월 브로드컴·구글과 파트너십 확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차세대 TPU를 기반으로 한 수 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내년 브로드컴의 최대 컴퓨팅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은 AI 반도체 매출이 2027 회계연도 약 1150억달러, 2028 회계연도 2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의 금융지원 방식이 경쟁사 엔비디아가 최근 몇 년 동안 강한 재무 여력을 활용해 고객을 지원하고 반도체 판매를 확대해온 방식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제이 골드버그 시포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막대한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투입하고 있고 브로드컴도 이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 “잠재적 이해상충 가능성”

앤트로픽은 브로드컴이 하드웨어 공급업체인 동시에 금융 파트너 역할을 맡으면서 잠재적인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투자설명서에서 밝혔다. 브로드컴의 가격과 하드웨어 관련 결정이 앤트로픽의 충분한 컴퓨팅 인프라 확보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브로드컴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해상충이 사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에 접근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앤트로픽도 추가 논평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이 앤트로픽에 자금을 제공하고 앤트로픽이 다시 브로드컴의 기술과 컴퓨팅 자원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구조가 월가에서 제기돼온 AI 산업의 상호 자금지원 논란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레이타오 로스차일드앤드코 매니징파트너는 현재 상당히 집중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두 기업이 지금까지 이뤄진 금융지원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아마존 등 빅테크와도 대규모 협력

앤트로픽의 IPO 투자설명서에는 여러 대형 기술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담겼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등 주요 파트너와 투자자는 주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에 클라우드 인프라와 유통망을 제공한다.

브로드컴은 컴퓨팅 공급과 장비 임대, 금융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주요 파트너들과 차이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야후파이낸스도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앤트로픽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들과 컴퓨팅 용량 확보와 자금 조달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