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기록 온체인화해 ‘검증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
C2C 기술로 기존 충전기 교체 없이 블록체인 연동
수이 기반 검증 인프라 구축···글로벌 CPO 네트워크 확장 목표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머지 않아 웹3 생태계로 바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박세진 고래 프로토콜(Gorae Protocol) CEO는 7일 블록미디어와 인터뷰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원래 블록체인 업계 인물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웹3 진영에 들어온 케이스다. 박 대표와 팀원들이 만든 고래 프로토콜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웹3 자산으로 전환하는 탈중앙 물리 인프라(DePIN) 프로토콜이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
충전기는 매일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 웹3 관점에서 실물자산(RWA)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충전기 한 대가 얼마나 충전하고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외부에서 투명하게 검증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이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박 대표는 “운영사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남을 뿐, 금융권이 신뢰할 수 있는 외부의 ‘증거’가 없기에 충전기 한 대 단위로 금융을 결합하기 어렵다”며 “고래는 바로 이 ‘측정 격차’와 ‘증거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미국 전기차 충전 진단·분석 기업인 차저헬프(ChargerHelp) 보고서에 따르면 운영사가 집계한 충전기 가동률은 98.7~99.9%에 달했지만, 운전자가 첫 시도에 충전에 성공한 비율은 71%에 그쳤습니다. 기록이 있느냐보다 실제 충전이 이뤄졌는지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래 프로토콜
고래 프로토콜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검증 레이어(Verification Layer)’다. 기존 운영사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충전 세션 기록을 외부에도 확인할 수 있는 온체인 기록인 ‘충전 증명(Proof of Charge)’으로 변환한다.
박 대표는 “충전 데이터를 투명하게 증명함으로써 금융이 결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인프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존 충전기 시스템을 바꿔야 할까? 고래 프로토콜은 기존 충전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온체인화를 진행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C2C(Charger-to-Chain) 노드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이미 어느 기계가 언제 충전을 시작하고 멈췄는지, 얼마나 많은 전력이 이동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록이 운영사의 데이터베이스 안에만 저장된다는 점이다. 고래 프로토콜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래는 충전기를 교체하거나 배선을 변경하지 않고, 운영사가 기존에 사용하는 관제 시스템에 소프트웨어 형태로 결합해 세션 기록을 정규화한다. 전체 기록은 탈중앙 저장소에 보관하고, 수이(Sui)에는 기록의 위치와 내용을 압축한 고유값을 올린다. 원본이 변경되면 고유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록을 몰래 수정했는지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충전기 업계에서 시도한 유사한 사례는 대부분 블록체인 기능이 들어간 충전기를 새로 만들어 설치하는 방식이지만, 이 경우 수천 대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고래는 기존 충전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수이와 월러스를 선택한 이유
고래 프로토콜은 최적의 블록체인을 찾다가 수이를 선택했다. 박 대표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수이의 오브젝트 모델이다. 충전기 한 대를 온체인 객체 하나에 대응시켜 부품이나 본체가 바뀌어도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
둘째, 기록 비용이다. 하루에도 수만 건의 세션을 기록하려면 가스비가 충분히 낮아야 한다. 미스틴랩스(Mysten Labs) 엔지니어와 가스 프로파일링을 진행하며 비즈니스 성립이 가능한 비용 구조임을 확인했다.
셋째, 월러스(Walrus) 저장소다. 전체 기록을 누구나 클라우드 스토리지 수준 비용으로 다시 조회할 수 있어 데이터 검증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충전 운영사은 어떻게 참여?
박 대표는 “충전 운영사들이 상업적인 면을 따져보면 고래 프로토콜에 참여할 동기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증명 가능한 충전기는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충전 사업은 초기 투입 자본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긴데, 고래를 통해 검증가능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대형 운영사뿐 아니라 소형 충전 사업자도 개별 충전기의 자산 가치를 입증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데이터 자체는 여전히 운영사에 남고,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해당 데이터에 대한 증거다.
대형 운영사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EV) 충전 네트워크 운영 기업 이브이고(EVgo)는 미국 에너지부의 보증을 통해 12억5000만달러 규모의 대출 한도를 확보했다. 다만 이러한 거래에는 연방 대출기구의 심사와 긴 실사 과정, 감사받은 재무제표 등이 요구된다. 대규모 사업자에 맞춰진 방식인 만큼 충전기 수십 대 단위의 자산이 같은 절차를 밟기는 어렵다. 결국 개별 충전기 한 대가 그 자체로 금융의 단위가 되기 어려운 구조다.
고래는 기록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를 제공할 뿐, 직접 대출이나 자금 중개를 하거나 신용위험을 인수하지는 않는다.
향후 로드맵
고래 프로토콜은 현재 수이 테스트넷에 충전기 5만 대를 등록하고, 실제 운영사들과 함께 실시간 세션 연동을 테스트하는 단계에 있다. 올해 4분기 내에 연동 범위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며, 보안 감사 완료 후 메인넷을 공식 런칭할 계획이다.
10월 싱가포르 수이 베이스캠프(Sui Basecamp)에서 실물 충전기와 전기차를 활용해 직접 조회 시연하는 스테이지 발표와 부스 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27년까지 10만 대를 추가 확보하고, 국내를 넘어 아시아·유럽·미국의 CPO(충전 사업자)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