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두 회사는 각각 최대 110조원과 100조원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형태로 주주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메모리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지금처럼 천문학적인 이익이 나올 때 설비 및 기술 투자를 해야 하고, 언젠가 찾아올 불황을 위한 대비책으로 써야 한다.
문제는 두 회사가 합쳐서 연간 5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해도 이를 바로 투자에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분야에 집행할 설비 투자는 77조원이다.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장비를 반입하는 데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에 필요한 투자를 지금 한꺼번에 집행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마저 20조~30조원에 달한다.
경쟁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 마이크론이 올해 9월까지 실행한 주주환원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이다. 일본 키옥시아는 9조원이었다. 중국 CXMT가 최근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00억~400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압도적 이익을 낸 만큼 주주환원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과한 부분이 있다. 직원 성과급이 과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다가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3·4위 경쟁사들과 비슷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는 중국과 미국 경쟁사들의 추격에 대한 우려다. 대만 TSMC는 지난 6월 이후 주가 하락폭이 삼전닉스보다 훨씬 작았는데, 이는 한국 메모리 산업의 위치가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우리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처한 현실을 보면 과도한 주주환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경영진도, 주주도 미래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