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에디터]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어떻게 세금을 내면 되느냐고 묻는데, 제가 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2027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리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과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16일 현재 디지털자산 과세는 내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연간 양도·대여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과세 기준과 납세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추가 2년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과세 유예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한 조상혁 불개미 CRYPTO(크립토) 디지털자산 커뮤니티 운영자도 그중 한 명이다. 조씨는 최근 국회 일대에서 트럭 시위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조씨는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에도 같은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시행 시기만 바뀌었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다”며 “이대로 시행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거리로 나선 계기는 커뮤니티 투자자들의 질문이었다. 회원들은 세금을 피하는 방법이 아닌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관련 제도를 공부한 뒤에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면 결국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는 깃발을 들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본공제 250만원 부족…손실 이월공제 필요

조씨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과세 세부 기준과 납세 인프라다. 특히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다양한 거래 환경에서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계산하고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파이에서 발생한 수익을 어떤 소득으로 분류할지, 가스비를 어떻게 반영할지,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할지 등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세부 기준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과세 체계는 같은 과세연도에 발생한 디지털자산 손익을 통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 해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는 손실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조씨는 이 같은 구조가 투자자의 실제 손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1000만원을 잃고 내년에 원금을 회복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손실을 회복한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본공제도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과정에서 논의됐던 공제 기준을 디지털자산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주식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과세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해외주식은 증권사에서 거래하면 거래내역과 손익이 정리돼 나온다. 투자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세금을 신고할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에도 그 정도 인프라를 갖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제대로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프로젝트 한국 외면…국내 거래소 경쟁력도 우려

조씨는 과세 문제가 투자자 개인의 세금 부담을 넘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열린 주요 블록체인 행사를 비교하며 해외 프로젝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해만 해도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 해외 프로젝트 창업자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싱가포르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만나고 싶었던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한국에 오지 않아 직접 싱가포르 토큰2049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해외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한국 거래소의 거래량 감소와 과세 시행 등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며 “해외 프로젝트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상황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보다 제한적인 사업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해외 거래소들은 선물이나 실물연계자산(RWA)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지만 국내 거래소는 가능한 사업이 제한적”이라며 “현물 거래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과세로 거래까지 위축되면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은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거래소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 과세는 국내 산업 전체와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512명 투자자가 5000만원 모아…유예 결정까지 시위

조씨에 따르면 해당 코인 과세 유예 시위에 디지털자산 투자자 512명이 후원했다. 이 자금은 트럭 시위와 관련 활동, 과세 유예에 동의하는 국회의원 후원 등에 사용되고 있다.

조씨는 “지금 거리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저 혼자지만 실제로는 500명 넘는 투자자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국회의원들과 행정부도 이것이 개인의 요구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함께 내는 목소리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러 의원이 과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유예 법안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전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동의청원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정치권의 발언과 법안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 목소리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달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조씨는 “저희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코인 과세 유예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무소속이든 과세 유예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세 유예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트럭 시위와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의 과세 관련 논의와 의원들의 입장도 투자자들에게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조씨는 단순히 과세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예 기간을 활용해 디지털자산 소득의 분류부터 기본공제, 손익통산, 이월공제까지 세법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2021년에 마련된 과세 체계를 시행 시기만 바꿔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디지털자산 시장 환경에 맞는 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납세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예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 2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투자자들에게 당당하게 세금을 내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