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약차주의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개인채무조정에서 채권자 동의를 얻지 못해 부동의 처리되는 채무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채무조정이 성립하려면 채권금융회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은행·카드·저축은행의 부동의율은 1%대에 그친 반면 대부업은 16%에 육박하는 등 업권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개인채무조정 동의회신 대상 채무자는 12만7119명으로, 이 가운데 9813명이 부동의 처리됐다. 부동의율은 7.7%로 신복위가 관련 수치를 공개한 지난해 1분기 이래 가장 높았다. 여태껏 분기별 부동의율은 5%대 후반~6%대 초반에 머물렀다.

신복위 개인채무조정은 채무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신복위가 조정안을 마련해 채권금융회사에 동의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무담보채권과 담보채권 각각에서 과반수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가 동의해야 조정안이 확정된다. 반대로 부동의 의결권이 50%를 넘으면 최종 조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7.7%라는 수치는 단순한 금융회사 내부 심사 통계가 아니라 실제로 채권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채무조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무자 비율을 뜻한다. 채무 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 등 신복위 채무조정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채무자의 비중이 최근 들어 높아졌다는 의미다.

부동의율이 상승한 데는 일부 업권에서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회신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채권금융회사 개별 회신 기준 전체 부동의율은 올해 1분기 4.2%에서 2분기 4.9%로 0.7%포인트 올랐다. 업권별 개별 회신을 보면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2분기에는 대부업의 부동의율이 15.9%로 가장 높았다. 손해보험사 12%, 유동화전문회사 11.4%, 생명보험사 9.3%, 할부금융사 6.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은행은 1.5%, 카드사는 1.2%, 저축은행은 1.2%에 그쳤다. 대부업 부동의율은 은행의 10배가 넘는다.

특히 대부업의 부동의율은 상승세다. 지난해 전체 기준 11.7%였던 대부업 부동의율은 올해 1분기 13.5%로 높아진 데 이어 2분기에는 15.9%까지 올라갔다. 할부금융사도 지난해 4.5%에서 올해 1분기 5.5%, 2분기 6.4%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별로 부동의율의 차이가 큰 것은 한 채무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동시에 빚을 지고 있는 경우 부동의율이 높은 업권의 채권 비중이 클수록 과반 동의를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채무조정 요청 대상 채권 중 대부업체 보유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행 서민금융법이 채무조정 동의권을 채권 원금이 아니라 이자와 연체 이자 등을 포함한 채권 총액을 기준으로 배분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금리·장기 연체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가 원금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국회에는 의결권 산정 기준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연초 금융당국도 현행 의결권 구조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개정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부업계는 높은 부동의율을 의결권 구조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부업체가 보유한 채권의 상당수가 이미 장기간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부실채권인 만큼, 신복위 조정 과정에서 원리금까지 추가로 감면할 경우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