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에 따른 먹거리 가격 상승 여파로 8월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반등했다. 9월에는 중동 분쟁이 재발하면서 유가 급등과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겹칠 전망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고,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유지하며, 추석 연휴 고속도로 기름값을 낮추기로 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 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2% 올라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농림수산품 가격이 오른 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가격이 높아진 탓이다.
생산자물가는 반등하는 모양새다. 작년 9월부터 9개월 연속 오른 뒤 7월에는 0.4%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9%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3월 4.1%에서 4월 7.2%, 5월 8.6%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6월 8.5%, 7월 7.7%로 다소 둔화했지만 반등한 것이다.
특히 농산물(4.9%)과 축산물(2.8%)이 상승을 견인했다. 농림수산물은 전월보다 3.8% 상승했다. 시금치는 작황 부진으로 51.9% 급등했고, 돼지고기와 기타 어류는 각각 5.4%, 7.3% 올랐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가 11.0% 오르면서 전월보다 0.9%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도 0.4% 올랐다.
문제는 유가 불안과 원화값 약세 전환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최근 1330원대 초반까지 올랐다가 다시 1380원대로 내려갔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9월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인상돼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1~16일 평균 국제유가는 8월보다 약 29% 급등했고,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이달 들어 6.6% 인상됐다.
정부는 유가 불안이 물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에 나섰다. 우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11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15%, 경유·부탄 25%인 현행 인하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또 추석 연휴 기간에는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을 지난 17일 대비 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통상부는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9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품목별 최고가격은 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약 6개월 동안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해온 셈이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휘발유는 ℓ당 100원대 후반, 경유는 300원대 중반, 등유는 300원 안팎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에도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하면서 정부의 정유사 손실보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으로 약 5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민 유류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한 직후 서울 공릉동도깨비시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지난 7일 까치산시장에서 추석 차례상 물가를 살핀 지 11일 만에 또다시 시장을 찾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전통시장은 국민 일상과 지역경제가 맞닿아 있는 대표적 민생 현장”이라며 “앞으로도 장바구니 물가와 전통시장·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정부의 민생안정대책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이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