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평균보다 높더라도 주택대출과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면 생활에 여유가 없다고 느낀다. 수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어도 대부분이 거주주택에 묶여 있다면 은퇴 이후 생활비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산층다운 생활을 누리면서 이를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한국에서 이른바 ‘진짜 중산층’에 해당하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들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631만원, 소비지출은 약 319만원이었다. 순자산은 4억1705만원, 금융자산은 1억1230만원에 달했고 72.5%가 자가에 거주했다.

20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국내 소득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52.9%였다.

하지만 소비와 저축 여력까지 따져보면 중산층의 범위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1인 가구 기준 연간 1576만원 이상의 ‘적정소비수준’을 충족하는 가구는 43.2%로 떨어진다.

여기에 소비하고 남은 처분가능소득의 10% 이상을 저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하면 39.9%로 감소한다.

미래에도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면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 자산·부채·노후준비 등 미래지속조건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한 ‘진짜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24.6%에 불과했다.

소득만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절반 이상이 중산층이지만, 현재와 미래의 생활 여력을 함께 따지자 4가구 중 1가구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는 더 적었다. 소득부터 소비·저축·자산·부채·노후준비까지 모든 기준을 통과한 가구는 전체의 8%에 그쳤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노후준비였다. 노후준비가 ‘잘돼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9.6%에 그쳤다.

김진웅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기준들은 일부 변경해도 진짜 중산층 비율이 23~27% 범위지만, 노후준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14.9%까지 급락한다”며 “우리나라 중산층의 가장 취약한 고리”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31.2%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30.5%로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는 24.9%, 60대는 25.3%였다. 70대 이상에서는 10.5%로 급격히 떨어졌다.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줄어들면서 현재 생활수준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과 연구소가 산출한 진짜 중산층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1%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평가했다. ‘중’이라고 답한 비율이 43.7%, ‘중상’은 14.4%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소득을 중심으로 분류하는 ‘중간소득계급’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58.6%, 가구 기준으로는 52.9%다.

하지만 소득뿐 아니라 소비·저축과 자산·부채·노후준비까지 함께 따지면 진짜 중산층 비율은 24.6%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얼마를 버느냐’와 ‘현재의 생활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느냐’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도 주목할 만 하다. 소득과 자산 수준이 높은 수도권의 진짜 중산층 비율은 23.5%로 비수도권(25.7%)보다 되레 낮았다.

소득만 보면 수도권이 앞섰다. 수도권 가구 가운데 소득 기준 중산층은 54.0%로 비수도권(51.7%)보다 높았다. 순자산 중위값 역시 수도권이 2억7682만원으로 비수도권 2억1200만원보다 많았다.

수도권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2094만원으로 비수도권 7032만원보다 5000만원 이상 많았다.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 등이 소득과 자산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고소득·고자산·고소비와 동시에 높은 부채를 부담하고, 비수도권은 소득과 소비는 낮지만 부채와 노후준비 측면에서 조금 더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근로소득과 주거 기반이 적정한 소비와 저축을 가능케 하고, 자산 축적과 노후 준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진짜 중산층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