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기전으로 접어든 이란 전쟁을 비롯해 무역·관세, 인공지능(AI) 등 파급력을 지닌 굵직한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오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가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맞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에 직접 나가 외국 지도자를 영접하는 것은 집권 2기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시 주석으로부터 정책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구애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튿날인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후 4개월여 만에 대면하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이란 전쟁이다. 이란 전쟁은 발발한 지 6개월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휴전도 확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라는 점을 지렛대로 삼아 이란이 미국의 종전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해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AI 기술 안전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안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반도체와 AI 모델, 기술표준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이어가더라도 AI 위험에는 공동의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0일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남을 앞두고 “미국은 AI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양국 AI 시스템의 분절을 피하기 위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오픈웨이트와 폐쇄형 모델을 모두 아우르는 의논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베선트 장관은 말했다. 오픈웨이트는 학습이 끝난 모델의 설정값(가중치)을 공개해 기업이나 개발자가 이를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가동하거나 추가 학습·수정할 수 있게 한 형태를 말한다. 폐쇄형은 설정값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개발사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오픈웨이트 모델의 경우 기술 확산과 혁신에는 유리하지만 한번 공개되면 개발사나 정부가 사용처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달리 폐쇄형은 통제가 용이하나 소수의 개발사가 AI 기술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폐쇄형 모델은 미국의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이, 오픈웨이트 방식은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문샷AI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 회담 테이블에는 양국 간 무역·관세 문제도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은 지난 5월 상호 고율 관세 면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중국산 희토류 수출 등에서 합의를 보고 오는 11월 10일까지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만기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에 다시 연장될 수 있다.
또 과잉생산에 따른 추가 관세 문제도 주요 의제다. 이날 블룸버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 전에 과잉생산 관련 무역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발표 시점을 (회담 이후로) 늦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산 제품에 7.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휴전 연장이 주요 의제인 만큼 회담 결과를 보고 추가 관세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관련 관세 를 예고해왔다. 이미 지난 7월 중국, 한국 등 60개국에 10~12.5%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또 이번 회동을 계기로 양국 간 군사 관계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2년여 만에 군비통제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군비통제 회담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2024년 7월 중단됐다.
이와 함께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과거 정상회담 사진을 잇달아 게재하면서 분위기를 띄운 바 있다. 보니 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장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양국 외교 수장들도 주요 의제를 조율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7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중·미 관계가 안정 궤도를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은 평등·존중·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소통 강화, 협력 추진, 이견 관리를 해야 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