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양원모 기자] 러시아 최대 증권거래소인 모스크바거래소(MOEX)가 오는 12월 1일부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테더(USDT)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러시아 최초로 기존 증권시장 인프라를 활용한 공식 디지털자산 시장이 출범하는 것이다. 다만 모스크바거래소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금융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유동성 확보와 해외 시장 연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모스크바거래소는 지난 2일(현지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12월1일부터 디지털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시범 거래를 진행하고 금융기관과 중개업체의 준비 상황에 따라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1일 시행된 러시아 연방법 제282-FZ호에 근거한다.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던 디지털자산 거래를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편입하려는 정책의 하나다.
비트코인·이더리움·USDT 상장…비적격 투자자는 연 30만루블 제한
모스크바거래소는 기존 주식시장 거래 시스템을 활용해 디지털자산 시장을 운영한다. 거래는 모스크바 시각 오전 6시50분부터 오후 11시50분까지 진행되며 청산은 국가결제센터(NCC)가 담당한다.
초기 거래 대상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T다. 당일 결제(TOD)와 익일 결제(TOM)를 지원하고 유동성 관리를 위한 스왑 거래도 제공한다. 향후 러시아 자체 디지털 금융상품 등으로 거래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비적격 투자자는 의무적인 투자 지식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중개업체 한 곳을 통해 연간 최대 30만루블(약 495만원)까지만 디지털자산을 구매할 수 있다. 적격 투자자는 평가를 통과하면 구매 금액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번 규제가 “투자자 보호와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자산을 국내 상품·서비스 결제에 사용하는 행위는 계속 금지되며 국경 간 결제에는 별도 규정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EU 제재에 묶인 거래소…4조루블 시장 전망에도 유동성 의문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서방의 금융 제재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2024년 6월 모스크바거래소와 국가결제센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EU도 올해 7월 모스크바거래소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특히 USDT 거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목된다. 발행사 테더는 미국의 제재 정책에 협력하며 제재 회피나 불법 금융활동에 연루된 지갑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제재 대상 거래소에서 USDT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거래 제한이나 자산 접근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성장 전망은 상당하다. 아나톨리 포포프 스베르방크 부회장은 지난 8월 러시아의 공식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통한 첫해 거래량이 3조5000억~4조루블(약 57조6000억~6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9년에는 연간 7조5000억루블(약 123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러시아 전체 디지털자산 거래량의 약 20% 수준이다.
세르게이 멘델레예프 엑스베드(Exved) 설립자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대상 거래소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수출입 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직접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된다면, 국경 간 결제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