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의 벤 저우 최고경영자(CEO)가 사이버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해킹 발생 이후 피해 확산을 막는 보안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약 15억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를 겪은 이후 거래소의 보안 전략을 공격 예방뿐 아니라 침입 탐지와 자산 보호, 신속한 복구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벤 저우 바이빗 CEO는 더 블록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5년 2월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 사건을 회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저우 CEO는 당시 해킹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으로 보안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을 꼽았다. 공격을 막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해커가 내부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여러 단계의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보안 장치가 뚫리더라도 다른 방어 장치가 작동해 자산 탈취와 피해 확산을 막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비트는 지난해 2월 21일 이더리움 콜드월렛에서 약 14억6000만달러 상당의 디지털자산을 탈취당했다. 피해 자산에는 이더리움 약 40만1347개와 관련 토큰이 포함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연계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외부 지갑업체 침해로 15억달러 탈취…자체 보안 시스템 구축
당시 해커들은 바이비트의 거래 시스템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외부 지갑 서비스 업체인 세이프월렛의 인프라를 침해했다.
조사 결과 공격자들은 세이프월렛 개발자의 컴퓨터에 접근해 악성코드를 삽입하고 거래 승인 화면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비트 직원들은 정상적인 자산 이동을 승인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해커에게 지갑 통제권을 넘기는 거래에 서명했다.
바이비트가 사용하던 콜드월렛은 인터넷 연결을 차단해 자산을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자금 이동에도 여러 명의 승인이 필요한 다중서명 절차를 적용했다. 그러나 공격자가 서명 과정에 개입하면서 두 보안 장치 모두 자산 탈취를 막지 못했다.
바이비트는 사건 이후 외부 업체에 의존하던 지갑 관리 방식을 재검토하고 자체 보안 인프라를 구축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은행에서 사용하는 하드웨어 보안 모듈(HSM)을 기반으로 한다. 주요 보안키를 별도 장치에 보관하고 담당자가 물리적으로 현장에 있어야 핵심 보안 기능을 해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저우 CEO는 지갑 접근 권한과 거래 승인 절차를 분리하고 여러 단계에서 거래 내용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 서비스가 침해되더라도 거래소의 핵심 자산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방식이다.
해킹 이후 자산 보호·복구 체계도 강화
저우 CEO는 기술적인 보안 장치뿐 아니라 직원들을 겨냥한 사회공학적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커들이 피싱과 악성코드 등을 이용해 거래 승인 담당자를 속일 경우 정상적인 보안 절차가 오히려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비트는 지난해 해킹 직후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이용자 출금 요청을 처리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외부 기관과 협력해 자산을 조달했으며 이용자 예치금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사고 발생 약 12시간 만에 출금 처리를 정상화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보안업체 시그니아와 베리체인스의 조사를 통해 세이프월렛 인프라 침해와 악성코드 삽입이 공격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탈취 자금 추적을 위한 포상금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블록체인 분석가와 보안 연구자들이 해킹 관련 지갑 주소와 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회수에 기여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바이비트는 현재 자체 지갑 보안 시스템 운영과 함께 외부 보안 전문가를 통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 승인 과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해킹 발생 시 자산 이동 차단과 복구에 필요한 대응 절차도 정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