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입법이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여부가 아직까지 불확실한데다 재계 반발 등이 예상돼 최종 입법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5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주당과 금융위는 베어허그 제도 도입 방향을 두고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인 다음달 중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올려 심사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 대상인 ‘중대한 인수 제안’의 기준 등 세부 내용은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정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추가 여론 수렴을 위해 이달 중 베어허그제 관련 토론회 개최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저성과·부실기업의 시장 내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M&A 제안 단계에서는 일반주주가 제안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가이던스를 마련하고, M&A 진행 단계에서는 이사회가 전체 주주 관점에서 매수가격의 공정성 등을 검토해 찬·반 입장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공시 가이던스가 상정하는 인수제안으로는 경영권 변동 또는 상장폐지를 수반하면서 인수목적과 인수가격 및 산정근거, 자금조달 방안 등이 상세히 담긴 제안서를 제시했고 단순 관심표명이나 협의 요청은 제외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지난달 3일 오기형 민주당 의원(K-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법제화 절차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을 받은 회사가 제안 접수 내용과 향후 검토계획을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고, 독립적·전문적인 절차를 거친 판단 결과도 논의 경과와 사유를 포함해 공개하도록 했다. 어떤 인수제안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할지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의원실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관련 기준을 정비할 방침이다.
오 의원은 1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매수 제안이 있을 때 이사회는 이를 검토하고 가격의 적정성 등 판단과 근거를 주주들에게 밝힐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입니다”라고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경우 대상회사 이사회의 의견표명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금융위도 M&A 진행 단계에서 이사회의 의견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기존 정책 방향에 따라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 의견표명 의무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 의원은 지난달 29일 정부와 실무 당정협의를 마친 뒤 “올해 안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당 내외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자본시장 안정화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당 내에서는 연내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처리까지 변수는 야당의 협조다. 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여당의 처리 의지는 있지만 야당 간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며 “재계가 움직이고 야당 의원들에게 의견 전달을 하게되면 야당 측 입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심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해당 의원은 “정기국회 때 12월 초까지 법안을 논의하지만, 거기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내년 2~3월까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1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공시 대상이 되는 인수제안의 범위 등 핵심 쟁점을 얼마나 정리하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느냐가 연내 처리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