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주식 매도 후 2영업일 뒤(T+2)에 들어오는 매도대금을 담보로 하는 주식 매도대금담보대출로 올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수일에 불과해 건당 발생하는 절대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증권사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를 벌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의 매도담보대출 이자수익은 총 1197억492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총액인 658억5224만원의 1.8배를 웃도는 수치다. 올해 3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작년 1년치 수익의 2배에 육박하는 이자 수익을 올린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올 들어 697억3997만원(58.2%)으로 가장 많은 이자 수익을 기록했고, 미래에셋증권이 351억8141만원(29.4%)으로 그 뒤를 이었다.

매도대금 담보대출은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한 뒤 결제 대금 입금 시까지 묶여 있는 매도대금을 담보로 현금을 미리 빌려 쓰는 단기 대출 상품이다. 통상 이틀 뒤면 증시 결제 대금이 증권사 계좌로 입금돼 원금 회수가 확실하다. 사실상 채무 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는 무위험 대출에 가깝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매도대금 담보대출에 연 8~10%대에 달하는 고금리를 책정해 쏠쏠한 수익을 챙겨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매도대금 담보대출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한 실태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당국의 지적이 제기되자 증권사들은 슬그머니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고 연 9%를 유지하던 금리를 7월 들어 최고 7.95%로 낮췄다. 8월에는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최고 금리를 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고 금리를 기존 9.85%에서 6.95%로 2.9%포인트 내렸으며 키움증권(9.5%→7.95%), NH투자증권(10%→8.75%), 한국투자증권(8.5%→7.5%), 삼성증권(9%→7.5%), 대신증권(8%→5%) 등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주식 결제주기 단축(T+2→T+1) 작업은 시스템 안정성과 시장 수용성을 둘러싼 국내외 업계 신중론에 부딪혀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세부 로드맵을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업계 협의와 컨설팅 결과 검토 과정에서 발표 시점이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업계 심층 토론회를 비롯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미국 나스닥과 미국 예탁결제원(DTCC), 홍콩거래소 등 해외 주요 기관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속도전보다는 결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당국 관계자는 “외부 의견 등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로드맵 공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