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증착 장비 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 장비주 랠리를 타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 와중에 창업주인 황철주 회장 못지않게 주목받는 인물이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다.
3년 전 최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 2대 주주에 오른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당시 최 회장은 주당 2만원대 초반에 주성엔지니어링을 장내 매집했는데 현재 주가가 12배 넘게 뛰며 ‘텐배거’를 달성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 시가총액은 지난 8일 정규장 종가 기준 12조2478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7월 말 기록한 저점 대비 2배 이상 급반등해 이날 장중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다.
이 랠리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 최 회장이다. 그는 2023년 7월 장내에서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417만9421주(8.66%)를 사들였다.
두 자녀 최정민 씨와 최인국 씨도 0.21%씩 매수해 일가 지분이 9.08%가 됐다. 황 회장(당시 24.63%)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일가의 평균 취득 단가는 주당 2만1800원이었다.
투입한 자금은 약 954억원으로, 그해 초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오스템임플란트와 종속회사 지분을 넘기고 받은 3700억원대 자금 가운데 일부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같은 해 8~11월에도 2만6000~2만7000원에 59만4708주를 더 샀다. 이 지분은 현재 최 회장 개인과 패밀리오피스(가족법인) 2곳으로 나뉘어 있다.
최 회장이 3.93%, 네오영이 3.76%, 네오솔루션즈가 2.46%로 합계 10.15%다. 이달 8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지분 가치는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추가 매수분까지 합친 원금이 1100억원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3년여 만에 평가액이 12배 가까이로 불어난 셈이다. 최 회장의 투자는 주성엔지니어링에 그치지 않는다.
최 회장과 네오영·네오솔루션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사 서진시스템 지분 12.68%를 보유하고 있고, APS 주요 주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시상 보유 목적은 모두 단순 투자다.
‘투자 대박’ 사례로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곽 회장은 2021년 6월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HPSP에 사재 375억원을 투입했다.
한미반도체 법인도 같은 금액을 투자해 총지분 25%를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올랐다. HPSP가 코스닥에 상장하기 1년 전이다.
이후 곽 회장과 한미반도체는 2023년 3월부터 주식을 나눠 팔기 시작했다. 올 1월 6일 남은 24만1780주를 처분하며 투자를 마무리했다.
4년 반 동안 거둔 누적 수익은 곽 회장이 2416억원, 한미반도체가 2379억원으로 도합 4795억원이다. 원금 750억원 대비 수익률이 639.3%에 달한다.
해당 투자 배경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있다. 크레센도는 피터 틸 팰런티어 공동창업자가 출자한 운용사로, 2013년 한미반도체에 투자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전직 상장사 최고경영자들이 다른 회사 지분 수백억~수천억 원어치를 매입하는 사례는 국내에선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과감한 베팅에는 산업을 꿰뚫는 남다른 안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과 황 회장은 20년 넘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 간 신뢰와 업계 네트워크가 투자 밑천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투자가 더 흔하고 규모도 크다. 최 회장과 닮은 인물로 미국 반려동물 용품 온라인몰 ‘추이(Chewy)’ 창업자 라이언 코언이 있다.
코언은 2017년 추이를 팔고 받은 자금 상당액을 애플과 웰스파고에 넣었다고 밝혔다. 그 뒤에도 게임스톱 지분 약 10%를 사들여 최대 개인투자자가 됐다.
이후 2021년 게임스톱 이사회 의장, 2023년에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단순 투자로 시작한 지분이 경영 참여로 이어진 사례다.
현직 회장이 남의 회사 주식을 사재로 산 사례로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도 꼽힌다. 엘리슨은 개인적으로 테슬라 주식 1.6%를 10억달러에 사들인 뒤 2018년 12월 테슬라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후 2년여 만에 테슬라 주가가 1200% 치솟으면서 120억달러(당시 약 13조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와의 친분이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최 회장·황 회장 관계와 닮았다.
그 밖에 회장 개인 자금은 아니지만 다른 회사 주식으로 본업보다 큰돈을 번 기업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 지분 10.49%를 보유한 KCC다.
KCC는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 주가가 뛰면서 KCC는 이 지분에서만 올해 상반기 3조8952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본업 영업이익은 2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다.
이외에도 KCC는 HD한국조선해양, 현대코퍼레이션, 노루홀딩스, HL홀딩스, HL D&I 등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진 KCC 회장이 이 같은 투자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