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강화 추세에 발맞춰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결정액이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사주 취득 목적에 따라 공시 전후 상장사들의 주가 반응에도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총액뿐 아니라 기업별 취득 목적과 이후 활용계획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전닉스’ 외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소각 노력이 한층 강화돼야 정체된 코스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 OpenDART 공시자료 집계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자기주식 직접취득 결정액은 74조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5956억원 대비 5.45배에 달하는 숫자다. 금액은 공시상 취득예정금액 기준으로 보통주와 기타주식을 합산했고 신탁계약을 통한 취득은 제외했다.
자사주 매입을 주도한 것은 ‘삼전닉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취득 결정액은 합계 68조2516억원으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의 비중은 50.8%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네 차례에 걸쳐 28조2473억원, SK하이닉스가 40조43억원 규모의 매입을 결정하면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두 회사를 제외한 취득 결정액은 지난해 6조6837억원에서 올해 5조8113억원으로 8724억원(13.1%) 감소했다. 다만 올해 감소에는 지난해 HMM이 8월 결정한 2조1432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HMM까지 제외하면 지난해 4조5405억원에서 올해 5조8113억원으로 28.0%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취득 결정액은 1분기 1조8355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269억원보다 줄었다. 2분기에는 9186억원에서 2조2656억원으로 늘었지만, 3분기는 각 연도 9월 28일까지를 기준으로 3조8382억원에서 1조7102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사주 취득과 관련해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쟁점은 ‘취득 이유’다. 삼성전자의 올해 취득 결정 네 건은 모두 임직원 주식보상을 위한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 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지난 8월 결정한 약 15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약 40조원 규모 취득 결정도 같은 달에 이뤄졌다.
임직원 보상용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직원에게 지급된 뒤 다시 유통될 수 있다. 반면 소각한 주식은 발행주식 수에서 빠진다. 이 때문에 같은 자사주 매입이라도 취득 이후 처리 방식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5일 내놓은 ‘최근 상장기업 자기주식 취득 공시의 특징과 시장 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취득 목적에 따라 공시 전후 주가 반응에 차이가 나타났다. 2024년부터 올해 9월 28일까지 분석 표본의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은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 5.29%로 가장 높았다. 주식 소각은 3.42%, 주가안정은 1.75%, 임직원 보상은 0.59%였다.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은 시장 움직임을 고려한 기대수익률보다 해당 기업 주식의 실제 수익률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분석에서는 공시일과 전후 각 3거래일, 총 7거래일 동안 두 수익률의 차이를 합산한 뒤 표본 전체의 평균을 냈다.
연도별로는 올해 9월 28일까지 평균 누적초과수익률이 5.21%로 지난해 연간 2.64%의 약 두 배였다. 다만 누적초과수익률이 플러스인 공시의 비율은 지난해 72.64%에서 올해 61.96%로 낮아졌다. 평균적인 반응은 커졌지만 기대수익률을 웃돈 사례의 비중은 줄어든 것이다.
자사주 매입 ‘약빨’이 이처럼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자사주 취득 후 활용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유·처분계획의 공개 범위 확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