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를 맞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갚지 못하고 채무 조정을 신청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포용금융 협약을 맺었음에도 은행권 반대 등을 이유로 신청자 10명 중 6명 이상의 채무 조정이 불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내주는 정책대출을 받는 서민은 채무 조정이 아예 안 되는 사각지대에 있기도 하다.

4일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신용회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주담대 채무조정을 신청한 이들은 86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 대로면 연말까지 작년(115명) 신청 인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1~2022년 저금리 시기에 주담대 채무조정 신청자가 35~45명에 불과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신복위는 포용금융 일환으로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집값 6억원 이하인 1주택자 가운데 주담대를 연체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식이다.

이 지원을 받기 위해 최근 7년(2020년~2026년 8월)간 신복위를 찾은 이들은 51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채무가 조정된 이들은 176명(34.5%)뿐이다. 10명 중 6명 이상은 거절된 셈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은행 등 채권자의 부동의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당국은 2020년 신복위 채무조정이 거절된 서민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연계해 추가적인 조정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최근 고금리 국면을 맞이하며 캠코를 찾는 연체 차주도 늘고 있다. 주담대 채무조정 지원건수는 2022년 41건에서 2025년 227건으로 5배 이상 뛰었다. 올해 1~8월 지원 건수도 192건으로 이 추세대로면 작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캠코는 주담대 상환 능력이 아예 없는 차주에 대해선 ‘주택 매각 후 재임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차주가 캠코에 집을 팔면, 캠코가 채무를 정리하고 남은 차액을 보증금으로 삼아 10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 7년간 이 제도를 이용한 연체 차주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상당수는 애초에 채무 조정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정책 대출 이용자들은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해 흔히 ‘방공제’로 불리는 모기지신용보증(MCG)에 가입하곤 한다.

그러나 HF 약관상 MCG가 설정된 채권은 양도가 불가하게 돼 있다. 보증에 가입돼 있으면 신복위나 캠코로 연체 채권을 넘겨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6억원 이하 주택은 정책대출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단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캠코 측은 이에 “주담대 연체 서민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HF와 MCG설정 채권의 매각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