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발 채권 매도세가 일본으로 번지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 지표와 부진한 국채 입찰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일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우려까지 겹쳤다.

24일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0bp(1bp=0.01%포인트) 오른 3.075%까지 상승했다.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금융시장이 ‘실버위크’ 연휴를 마치고 사흘 만에 거래를 재개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 누적됐던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반영됐다.

5년물과 20년물 금리도 각각 약 10bp 상승한 2.375%와 3.915%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일본 국채 전반에서 강한 매도세가 나타난 셈이다.

美 국채 급락에 BOJ 추가 인상 전망까지

일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첫 번째 요인은 미국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와 부진한 국채 입찰이 맞물리면서 국채 매도세가 거세졌다. 미 국채 5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고 상당수 만기의 금리가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강화됐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채권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지면서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일본 내부의 금리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향후 인상 속도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물가 대응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쓰토시 이나도메 스미토모미쓰이트러스트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지난 금리 인상에서 두 명의 정책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0.5%포인트 인상안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일본 국채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약세·재정 확대도 국채 금리 압박

엔화 약세도 변수다. 달러 강세 속에 엔화가 달러당 160엔선에 접근하면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일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도 장기물에 부담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중기 방위비 지출 목표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출 확대 계획과 이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일본 채권시장은 ‘미 국채 금리 급등’과 ‘일본은행 추가 긴축’ ‘재정지출 확대’라는 세 가지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는 셈이다.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향후 일본 국채시장의 방향은 미국 금리와 일본은행의 추가 인상 속도 그리고 엔화와 재정정책 움직임에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