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계열사별 사업보고회에 착수한 가운데 올해는 평가 기준이 ‘인공지능(AI) 승부처’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빅테크 고객들을 잡기 위한 ‘원LG’ 전략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데다 보고회가 AI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을 집중 점검하는 성격이 강해서다. 특히 LG그룹 안팎에서는 계열사를 평가하는 잣대와 11월 말 임원 인사에서도 이런 사항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LG는 전자 계열사 사전 워크숍을 시작으로 전 계열사 대상 사업보고회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업보고회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화학계열, LG유플러스, LG CNS 등 통신서비스 계열 순으로 약 한 달간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평가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구 회장이 연초부터 ‘AI’를 강조하면서 계열사별 역량을 총동원해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AIDC)’ 시장 확보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보고회에서는 앞으로 미래 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계열사별 전략과 실행 방안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며 “AI 미래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도록 사장단이 빠른 속도와 집요한 실행력을 갖춰달라”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가기 시작한 구 회장은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LG트윈타워에서 최고경영진 회의(TMM)를 연 데 이어 8월 미국 샌타클래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로봇·AI팩토리·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전략적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예를 들어 LG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개발에는 피지컬 AI 분야 원LG의 역량이 총동원된다. LG전자가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이 눈, LG에너지솔루션이 심장(배터리)을 담당하는 식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수도권에 엔비디아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로봇 실험을 할 수 있는 현장 모델(레퍼런스 사이트)을 구축하고 2028년 상반기 충남 천안에 80㎿ 규모 AI 팩토리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에게 최신 엔비디아 기술이 적용된 풀 패키지 AI 팩토리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지난 9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와 미국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AIDC 인프라·AX(AI 전환)·피지컬AI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확장 과정에 원LG 역량을 총동원해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LG전자의 냉각기술,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CNS 및 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이 합쳐진다.
연말 임원 인사에서는 기존 사업의 경영 성과와 함께 AI 신사업의 실행력을 얼마나 중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빅테크 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11월 말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 CEO 교체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취임 첫해이고, 류재철 사장은 올해 농사를 바탕으로 내년에 AI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한 만큼 올해는 새 경영진의 첫해 성과와 미래 사업을 담당할 핵심 인재 발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